'텔레마케터'가 지겹고 싫었지만 그래도 나의 선택은... '비대면서비스'
우선 대면서비스는 우리 집의 일부를 개조해서 가게를 오래 했기에 이미 경험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문방구에서 아빠 대신 손님들에게 상품들을 팔았기에 가게를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 동안 가게를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대면서비스'에 대해 장단점을 잠깐이라도 생각하게 됐다. 무엇보다 근거리에 0 마트가 생기면서 우리 매상이 저 세상까지 내려가버리니 어쩔 수 없이 우리 문방구는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 형제자매들은 역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나의 선택은 비대면서비스인 '텔레마케터'를 고민 없이 바로 선택했다.
그렇다고 '비대면서비스'가 만만해서 선택한 건 아니다. 나름의 어려움도 많지만 그중에 특히 모니터링이라고 해서 상담 녹취를 듣고 점수로 평가하는 건 기본으로 텔레마케터로써 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어떤 곳은 한 달에 1번씩 3번 평가를 하는데 그중에 로봇이 1번 평가를 하고, 추가로 1년에 2번 업무 테스트를 해야 한다. 그래도 '비대면서비스'로 고객이 잘 못 했다고 해도 호응어 없이 그냥 영혼이 없는 말로 친절할 수 있고, 가끔은 클레임이 생겨도 빠르게 잊어버릴 수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대면서비스'는 거짓친절로 고객을 대할 수 없어 더 화가 나고, 고객이 가고 난 후에도 그 화를 다스리기가 더 힘들었다.
10년 전 여름... 어쩌다 보니 여동생과 부평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네 잎클로버'라는 가게로 '싱크빅 문고' 바로 옆 가게로 시작했다. 너무 무더운 여름 날씨에 손님이 한 분 들어왔다. 이리저리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손님: 여름 반팔 옷을 살 건데 입어봐도 되죠?
나: 아니요. 여름옷은 불가합니다. 죄송해요~
손님: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여름옷 두 개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간다. 이후 입은 채로 거울 앞에 서 있다)
나: 손님~입어보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손님: (다시 또 다른 여름옷을 2~3개 들고 역시 탈의실로 들어가고, 다시 거울 앞에 서서 거울을 본다)
나: 고객님 안된다고 몇 번을 말씀드렸는데 이러시면 곤란해요. 안 사셔도 되니까 그냥 가셨으면 합니다. 안 팔아요.
손님: (전혀 상관없다는 식의 표정으로 이후로 2벌 더 입어보더니 역시 거울 앞에서 잘 어울리는지 본다. 그러다 본인 옷으로 갈아입더니 안 사고 가버렸다)
진짜 별의별 그지 '깽깽이 같은' 손님이었다. 뒤통수에다 욕다발이라도 아니면 소금이라도 뿌려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일주일 동안 불쑥 생각나고, 짜증과 함께 화가 나고, 그 화가 가라앉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일들이 자주 있다 보니 진짜 나를 화나게 한 그 손님들한테 돈이라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손님의 연속이라면 '그냥 '텔레마케터'가 낫겠다'라고 생각이 시작되니 어느새 아르바이트생을 뽑아놓고 난 다시 상담원으로 돌아갔다. 그만큼 '대면서비스'는 면전에다 제대로 말을 못 한다는 게 큰 단점이라서 여전히 난 '비대면서비스'가 낫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가게주인으로서 비대면과 대면서비스 중 하나를 고른다면??^^;
제18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