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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텔레마케터'... 그러니까 '상담원'들과 나의 직업병은 어떤 게 있을까

by 명랑처자


'성대결절'은 가수 혹은 유치원 교사들한테 걸리는 거라고 하는데 난 두 번 걸렸었다. 직업병 중에 하나였는데 보험청구도 할 걸 그랬다. 오랫동안 '목을 쓰는 직업'이기 때문에 '후두염'을 시작으로 '성대결절'까지 걸리게 되다 보니 회사에서 많이 서러운 일이 생기기도 했다. '후두염'정도야 그래도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거나 아니면 마이크를 가까이 되고 응대하거나 손으로 마이크를 감싸고 일하게 되면 다른 상담원들에게 피해 주지 않을 정도로 '콜 수'를 소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성대결절'은 그냥 성대를 쉬게 해 줘야 한다. 그래서 '한 달 정도 말하지 말라'는 진단을 회사에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는 자주 생기게 되는 경우가 아니다 보니 '센터장'의 지시가 필요했고, 전달을 받고 하는 말이 가관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정말 서러웠다. 마음에 없는 말이라고 해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일하다가 그런 진단을 받았다면 '괜찮냐... 가 먼저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목소리가 나온다면 듣자마자 '확~~' 한 판 붙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질 못 하다 보니 집으로 가는 길에 눈시울을 적셨던 일이 생각난다. 아직도 어떤 센터인 지 알지만 '워워~~'하며 매번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라 해도 오래 하다 보면 이 외에도 '직업병'은 더 있다. 두 번째는 '디스크'다. 난 목과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고서도 일을 했다. 때론 도저히 아파서 앉아서 일할 수 없다면 센터장의 허락을 받고 일어나서 콜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랬을 때가 일을 시작하고 4년 차가 되었을 때부터였다. 다들 아는 것처럼 '디스크'는 노답이다. 요즘은 '수술 아니면 시술'도 있지만, 물리치료를 아무리 받는다고 해도 나아지는 건 없다 보니 '노답'이라고 말하는 거다. 예전엔 '주사'로만 치료했기에 다른 치료를 못 했다고 하면 나는 몇 년 전에 '시술'을 하게 됐고, 이후 많이 좋아지긴 했다. 비록 비용이 비쌌지만 몇 년 동안은 안 아프다 보니 살 것 같았다.



하지만 점점 오른쪽 손이 심하게 절이고 아프다 보니 다시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른 방법이 없다며 시술이나 수술'을 할 거면 해라'라고 성의 없는 결과를 의사가 말했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낸다. 요즘 그나마 덜 아프고 절인 건 '마우스'를 적게 잡다 보니 좀 덜 아프다. 허리나 목은 2시간 정도 넘어가면 아파온다. 그때부터 노트북과 멀어지려고 애쓴다. 애쓰다 보면 또 핸드폰을 보거나 넷플을 보거나 집안일을 하게 된다. 이래서 내가 별다방을 찾는 거다. 하나라도 안 하려고 ㅋ




나의 경우 세 번째 '직업병'은 '시간'을 느낀다.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고객들은 '10분 뒤에 전화해라', '30분 정각에 전화해라' 등등 이런 식으로 시간을 지정해 주고, 그 시간을 지나치게 되면 '컴플레인'을 더 크게 건다. 그래서 난 자꾸 '시간'을 느끼게 되고, 집에선 알람을 해 놓고, 시간을 맞추게 된다. 이게 나에겐 '직업병'같고, 추가로 있다면 대부분의 주변인들을 맞춰주게 된다. 수많은 고객들을 모니터링이라는 기준 안에서 어떠한 질문이라고 해도 끝인사까지 호응하며 응대하다 보니 어느새 그게 습관이 된 것 같다.



그래서 수많은 고객들을 위해 '나'라는 상담원이 첫인사부터 달라지고, 한 콜 한콜마다 다른 상담원이 응대한다고 느낄 수 있는 거다. 고객센터의 경우에는 콜마다 다른 문의전화이기 때문이다. 업무의 강도를 인정 못 받다 보니 최저임금만 받고 응대하게 되고, 스트레스는 가득 받고, 오래 다닐 수는 없는 거다.



마지막으로 다른 상담원들은 아닐 수 있지만 난 연결되는 고객들을 매번 다르게 맞추다 보니 '나를 잃어버린 것'같다. 이젠 내 성격이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나날이 변하는 날 보며 더 이상 날 잃어버리고 싶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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