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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어디게

태어나고 자란 곳이 지금 사는 동네라면...^^;

by 명랑처자




이 동네에서 오래 살다 보니 지겹기도 하고, 덥고 추운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자주 내 삶의 변화를 꿈꿨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꿈을 실행하려고 하면 매번 실패했고, 그럴 때마다 제 자리로 돌아오는 건 힘든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부모님만 그 집에 남겨질 거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떠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냥 365일이 '1박 2일'처럼 야외취침이기 때문에 때론 떠나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무엇이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원하는 것에 대해 간절해진다면 그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는 그 바람대로 바라고 바라던 일이 소소하지만 이루어졌다. 어느새 재개발로 우리 집과 동네가 변신을 했다. 드디어 새 아파트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요즘은 행복하게 만족하며 잘 살고 있다. 더 이상 겨울엔 무거운 옷과 수면양말 그리고 모자까지 쓰고 방안에 친 텐트 속에서 잠들지 않아도 되고, 여름엔 무더위로 2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찬물로 샤워하지 않아도 된다. 꿈에 그리던 아파트 생활을 한다는 건 정말 하늘에게 감사하다고 절이라도 드리고 싶을 정도다.




재개발이다 보니 위치는 거의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 같은 동네이기에 어쩌다 동네 한 바퀴를 돌게 되면 어느새 모교를 지나치게 되고, 어디든 새롭게 변한 곳을 보면 볼 때마다 이전에 있던 모습들을 떠올려 보게 된다. 특히 예전 우리 집이 있었던 자리를 늘 보게 되니 209-8번지 우리 집의 옛날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머릿속에 한가득 들어가 있는 추억들은 집을 지을 때부터 문방구를 하며 장사를 배워나갔던 어린 시절과 그 이후 나와 같이 세월을 맞는 집에서의 이모저모다. 늘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추억을 남겨준 집이기에 이제는 그 소중함을 안다.




옛날 우리 집은 엄마와 아빠의 돈으로 직접 땅을 사서 인부들과 함께 벽돌 하나씩 올려서 만든 집이라고 한다. 3/1은 우리가 쓰는 안채로 만들고, 또 다른 3/1은 월세를 줄 수 있게 4개의 다락이 있는 셋방들로 만들었고, 마지막 3/1은 펌프와 장독대가 있는 마당을 만든 집이었다. 처음에는 공동 화장실을 모두 함께 사용했기에 화장실은 1개 있었고, 연탄을 피우던 시절이라서 연탄을 보관하던 장소까지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갑자기 새똥을 볼때기에 맞았던 위치부터 화장실에 가려면 우산을 써야 했던 긴 시간까지 모두 기억한다.




집 구조가 비좁아져서 안채를 확장해서 쓴 집이기에 나중에는 무너질까 봐 노심초사했던 하루하루가 생각이 난다. 그래서 외출이든, 외박이든 마음껏 해도 집에서 날 찾지 않았다. 그런데다 사정을 아는 지인들의 집을 가게 되면 나보다 먼저 집이지만 먼저 욕실을 사용해도 된다고 말해줬다. 그럼 난 사양하지 않고 이용했다. 우리 집은 여름보다는 겨울보다 나은 점은 겨울에는 추워서 달달달 떨다가 그나마 따뜻한 물이 나오면 빨리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보일러라서 늘 5~10분 안 '샤워'도 우리 집에서 하지 못 하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나중엔 직접 가스레인지로 물을 데워서 샤워를 했다. 이런 겨울 속에서 살았기에 난 '캠핑'이 싫다.




그러다 보니 난 베프네서 자고 올 때가 많았다. 옥탑방도 아닌데 그냥 벽돌집으로 겨울이 되면 이 때는 아파트에 사는 베프가 너무 부러웠다. 집에서 반팔티를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베프방에서 내 방으로 가지 않고, 그냥 푹~자곤 했다. 나의 부모님이 이 때는 거의 찾지 않다 보니 서로 전화가 없어도 위치파악을 하고 계셨기에 걱정하지 않으시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때는 내가 어디서 자든 다른 것들은 중요했다고 믿는다. 그저 '여름과 겨울'은 어렵게 '맥날과 별다방'이 날 더위로부터 살렸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여름에 에어컨을 이용할 수 있고, 겨울엔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도 반팔티를 입고 보낼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어 오늘도 내일도 항상 행복하다.




그만큼 집은 아주 중요한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집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에게 안정감과 필요함을 주지 못했기에 늘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항상 위안이 되었던 건 주변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부터 호텔처럼 편한 마음이 들게 끔 대접해 주었기에 나쁜 길로 가지 않고, 지금의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예전 한옥집이 자주 생각이 난다. 그리워서 생각나는 게 아니라 나도 긴 세월을 버텨내느라 힘들었는데 나만이 아니라 우리 옛날 집도 그리고 부모님도 그만큼 버텨왔기에 오늘날 우리 가족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된 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우리 동네에서 살고 있는 나는 항상 이런 생각을 했다.


매일 우산을 쓰지 않고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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