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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안에서 '논리적인 공격수'의 위험성

팀의 분위기를 은근히 망가뜨리는 논리적으로 (보이는) 사람들

by 브랜딩인가HR인가

회의 시간,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될 때마다 날카로운 지적과 반박으로 찬물을 끼얹는 동료가 있다. 그의 말은 일견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허점을 정확히 파고들고, 데이터와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스마트함'에 압도당하거나, 더 이상의 반박을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대화가 끝난 뒤 남는 것은 발전적인 결론이 아닌,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위축된 분위기라면.. 이러한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에너지 버스'의 저자 존 고든(Jon Gorden)의 말을 통해 살펴보자.


"불평과 불만이 있다는 것은 자네가 타당성(fair)만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나는 자네가 타당성보다 신념(faith)에 더 민감해졌으면 하네. 그리고 두려움(fear)을 떨쳐내야 할 것이야. 두려움은 늘 사람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거든. 두려움 때문에 타당성에 민감해지는 것은 아닌지도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좋을걸세."


여기서 말하는 '타당성'은 단순히 '옳고 그름'이나 '말이 되는가'의 문제이다. 회사에서 유독 공격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바로 이 '타당성'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목표는 팀의 성공이나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에 있다.


진정한 논리가 아닌 '타당성'을 추구하는 이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1. 먼저 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공격받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래서 타인의 의견에서 사소한 흠결이라도 찾아내어 전체를 부정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건설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무너뜨려 자신의 입지를 지키려는 방어기제에 가깝다.


2. 프로젝트의 큰 그림이나 장기적 목표와 관련된 신념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들은 눈앞의 논리적 타당성에만 매몰된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부족하며, 고립된 명제의 '참/거짓'을 따지는데 그친다. 그들의 논리는 전체 맥락 속에서 최선을 찾는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3. 이들의 공격적인 언어와 비판적 태도는 팀의 심리적 안전감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동료들은 어느 순간 '어차피 반대할 텐데', '또 공격당할 거야'라는 생각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솔직한 의견을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결국 팀의 창의성은 사라지고, 가장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만 남는 침묵의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존 고든의 말처럼, 타당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종종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그들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1.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 자신의 의견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가 부정당한다고 느끼는 두려움이다. 이 때문에 필사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방어하고 타인의 논리를 공격한다.


2. 무능해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 복잡하고 어려운 말을 사용하여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하여 무능하게 보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려는 시도일 수 있다.


3. 통제력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 :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변화는 이들에게 불안감을 준다. 모든 것을 자신의 논리적 통제하에 두려는 욕구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들은 사실 팀의 비전이나 공동의 목표라는 '신념'이 부재하기에, 눈앞의 논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 팀에 '논리적인 공격수'가 있다면 그의 주장에 압도당하기보다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의 논리가 과연 우리 팀의 신념과 목표에 부합하는가? 아니면 단순히 논쟁에서의 승리, 즉 '타당성'만을 추구하고 있는가?


진정으로 팀에 기여하는 것은 빈약한 논리로 동료를 위축시키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때로는 논리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공동의 신념을 바탕으로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려는 포용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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