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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Nov 21. 2019

리더의 4가지 유형 모델: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동료에게 영감받아 내 맘대로 만든 리더의 4가지 유형



얼마 전까지만 해도 A님이 그렇게 싫었는데, 희한하게도 최근엔 가끔 A님이 있어서 감사하단 생각이 들더라구.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이래라 저래라 시시콜콜 간섭하진 않잖아. 무식한데 용감하기까지 한 사람이라면 진짜 피곤했을텐데… 참 다행이지 않아?



동료 B가 대화 중에 위와 같이 말을 했다.


동료 B는 회사에서 꽤 인정받고 있는 핵심인재다. 어떤 일이든 적당한 선에서 방어벽을 치는 법이 없고,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일도 깊이 있는 고민과 탐색을 통해 금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남 탓하지 않는 성격 탓에 조직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늘 긍정적인 이야기가 들리곤 한다.



이런 그가 나랑 대화할 때 종종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한탄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바로 ‘A님’이였다. A님은 B가 속해있는 부서의 최고 리더다. 가끔 리더 회의에 참여할 때 마다 A님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A님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논의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어느 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슬며시 대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며 회의를 마무리 짓는 것이 A님의 특기였다. A님이 사장님 방에 보고를 들어가면 구성원들이 며칠간 야근을 해가며 만든 기획 안이 전혀 다른 내용의 기획 안이 되어 나온다는 이야기, 그래서 A님의 적확한 보고를 위해 구성원들이 스크립트까지 써주었다는 이야기도 B와 함께 일하고 있는 다른 동료에게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B는 A님과 참 많이 다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식당의 메뉴 같달까.

라면에는 김치, 짜장면에는 단무지가 최상의 조합일 텐데, B와 A님은 옆에서 보기에도 마치 라면과 피자, 짜장면과 스시처럼 굉장히 어색하게 어울리며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무식한데 용감하기까지 한 사람이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B의 말에 쓴웃음을 흘리며 빈 종이에 낙서를 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종이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무식 VS 똑똑, 용감 VS 소심(비겁)’



이 4가지 요인을 축으로 만들어 리더 유형을 분류하면 어떻게 될까?

동료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내 마음대로 리더의 4가지 유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각 4가지 요인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용감 : 주체적이고 헌신적인 태도

변화와 혁신에 열려 있음, 타인에 대해 개방적,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학습태도를 갖추고 있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음



소심/비겁 :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태도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 함, 자신의 생존에 초점을 맞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는 태도, 아닌 것이 명백한 데도 모른 척할 수 있음



똑똑 : 문제를 잘 파악하고 해결을 잘 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분야에 대해 다양한 경험과 노련한 기술을 갖추고 있음, 문제를 보는 시각이 예리하고 입체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



무식 :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해결법을 제시하는 능력

몇 가지 경험으로 현상을 일반화 함, 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상을 일반화하며 고집하는 경향이 있음, 현상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기에 하나의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 하나의 답 또한 정답이 아닐 확률이 높음




위와 같이 4가지 항목을 정리하고, 각 분면에 해당하는 리더의 특성을 대변할 수 있는 네이밍(Naming)을 생각해보았는데,




용감 & 똑똑 : Entrepreneur

기업가를 뜻하는 Entrepreneur다. 기업조직은 기본적으로 문제해결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집합체가 아닌가. 본인의 역할안에서 책임을 지고 문제해결을 해 나가는 것은 기업에서 일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의무다. 이 과정에서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 목적과 사명으로 용감하게 문제인식을 끌고 나가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똑똑한 해결을 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있다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왕실을 다시 재건하겠다는 '유비'도, 로마의 모든 노예에게 자유를 선물하겠다는 '스파르타쿠스'도, 인도 민족해방을 이끈 '간디'도 그들은 위대했지만, 항상 적은 많았고 목숨은 늘 위태로웠다.



용감 & 무식 : Bully

깡패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Bully다.

깡패는 힘이 세다. 그런데 조직에서의 깡패는 포지션의 힘에 기인한다. (직급이 깡패)

리더의 영향력 중 '지위에서 오는 힘(Position Power)'은 한 사람이 조직 안에서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이다.

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은 없는데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위에서 오는 힘을 과시하려고 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자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심(비겁) & 무식 : Cringe

'(겁이나서)움츠리다'라는 뜻을 가진 Cringe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소위 '대세에 따르는'자.

아는 것이 없고 용기가 없는 자에게 자신만의 가치와 철학이 있을리 없고, 자신의 언어가 만들어질 리가 없다. 자신의 실력이 들통날까 매번 주변을 살피지만, 이미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는 누군가 매섭게 손을 한번 들기만 해도 바로 몸을 잔뜩 '움츠릴' 소인배라는 것을.



소심(비겁) & 똑똑 : Jerk

'홱 움직이다'라는 뜻을 가진 Jerk다. 

영어에서 Jerk는 다른 단어의 앞에 붙어 '은밀한 부정'을 뜻하기도 한다. 적당한 거리에서 상황을 주시하며, 자신의 손익을 계산하는 자. 동작은 매우 민첩하고 재빨라서 어떤 때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만들어놨을지도 모른다. 그는 어쩌면 상처 입은 과거의 Entrepreneur였을지도.





어떤 이론적 배경 없이, 

그냥 내 마음대로 재미 삼아 만들어본 '리더의 4가지 유형 모델'-



이 모델을 본 동료 B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실은 어쩌면, Jerk라고 착각하는 Cringe일지도 몰라. 내 역할을 성실히 다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나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을 도맡아서 하는 건  싫거든. 후배나 다른 사람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적당한 거리에서 대충 그럴듯한 말을 던지지.  누구와도 불편한 건 싫고 그렇다고 긴밀하게 엮이는 것도 싫으니까 말야. 사실은 늘 필요한 거리를 두는 거야.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은 모두 내 착각일지 모르지. 내 수준이 드러나는 게 두려운 건가 싶기도 하고.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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