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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Nov 29. 2019

'문화'로 풀어야 할 것과 '제도'로 풀어야 할 것

성숙한 조직문화 만들기를 위해 

조직은 때로는 '문화'로 풀어야 하는 것들을 

'제도'로 풀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A기업의 전사 직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리더십 교육 과정에서 임원들의 역할은, 교육 현장에서 참가자들의 태도와 리더십 행동 양식을 관찰하는 것이다. 



A 기업의 리더십 역량 항목에 맞게 관찰 포인트를 정리하여 임원들에게 공유해주었는데, 그중에 모 임원은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며 더욱 구체적이고 상세한 가이드 내용을 요구하였다. 



이야기인즉, 

'개방된'인식과 태도라고 한다면 '개방된'의 수준과 정도를 어떻게 관찰하고 판단해야 하는지,  '적극적'참여라고 한다면 '적극적'은 또 어느 정도로 이해해야 하는지, 그 수준과 행동양식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해달라는 이야기다. 



교육 참가자들의 리더십 행동 양식을 관찰하고 리더로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여 참가자들에게 리더십 개발의 피드백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그 임원의 요구가 이해는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의 조직문화에 대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어떠한 행동 양식에 대해 텍스트로 명시화된 기준과 규정은 

일반적으로 조직 내에 해당 내용이 내재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유된 가치는 조직의 문화로 형성되며 구성원들 간의 업무 방식과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상호 간의 인사'가 어느 조직 안에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다면, 그러한 조직 안에서는 당연히 구성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인사를 하기 위한 적합한 시간과 방법이라든지, 인사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처벌 내용을 정해놓은 규정은 없다. 구성원들은 어느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운 인사를 건네며, 이 조직에 처음 입사하게 된 신규 입사자들도 별도의 지시가 없더라도 곧 기존의 구성원들처럼 인사를 '습관화'하는 사람이 된다.



만일 누군가 '상호 간의 인사'가 우리 조직에게는 매우 중요하니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인사를 해야 하는 시간, 직급별 인사 방법, 상황별 인사 방법, 상황과 대상에 따른 올바른 인사말, 인사에 대한 보상과 처벌 등을 규정화하여 구성원들에게 전달하였다면, 과연 구성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인사는 어느 순간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되어, 그동안 자연스레 상대방을 향했던 따뜻한 표정과 인사말은 진정성이 사라진 영혼 없는 인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진정으로 '개방된 인식과 태도'가 널리 퍼져있는 조직에서는 '개방된'의 개념에 대해 [조금 열린 / 보통으로 열려있는 / 아주 많이 열려있는]의 수준이 각각 어느 정도인지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미 조직에 개방된 인식과 태도가 퍼져있어 내재화되어 있기에 구성원들 간 개방된 태도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머릿속에 같은 그림이 연출된다. 



상대방에게 피드백을 줄 때도, 

"너는 지금 10점 중에 한 5 정도만 개방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 2점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런 이런 행동양식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단지 '현재 당신은 개방된 인식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본인이 스스로 자각하여 그동안의 행동양식을 수정하고 스스로 다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한국 사회에서의 기업 조직은 구성원들을 성인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성인은 스스로 판단을 할 수 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줄 아는 존재이다. 구성원을 성인으로 여긴다는 것은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 판단과 행동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다. 구성원을 믿음으로 대할 때, 그리고 그 구성원이 믿음으로 응답할 때 조직에는 건강한 '문화'가 만들어진다.



구성원들의 이해와 판단을 돕기 위한 가이드를 제공할 때, 우리는 때때로 이 가이드가 구성원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판단 능력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구성원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저하시키는 것은 아닌지 유의해야 한다.



구성원을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가치와 책임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게 만드는 것은 문화와 제도의 균형을 잡는 고민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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