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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인가HR인가 Feb 06. 2020

나이를 먹을수록 루틴이 중요함을 느낀다

일상에서 습관을 만드는 노력

언제부터인가

꾸준하게 책을 읽고, 눈에 띄는 문장들을 찾으며, 그 문장들을 일으켜 세워 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블로그나 페북에 매일같이 포스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책 모퉁이를 접어놓거나 형광색으로 줄을 쳐 놓기라도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문장을 일으켜 세워 내 생각을 조금 더 명료하게 정리해볼 요량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갑자기 찾아든 생각을 빠르게 에버노트에 적어놓기도 하고.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다시 살펴볼 글 링크를 보내놓거나 톡으로 몇몇 단어들을 휙 던져놓기도 한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나에게 던져놓은 글과 문장 꾸러미들을 조금 시간이 지나 다시 들추어보면서, 지금 나의 상황에 필요한 말들을 찾게 되었을 때 작은 희열을 느낀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루틴은 운동이다.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하고 주로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체력은 바닥을 치고 우리집 뒷동산처럼 봉긋하게 솟아있는 아랫배를 만나게 되었다. 건강검진 결과 리포트에서도 나이에 비해 부실한 근육량과 복부비만을 경고했다. 우리 아기가 태어나고 육아에 참여하게 되면서 체력에 대한 한계가 여실히 느껴졌다. 결국 아내를 따라 필라테스에 등록했다. 부부가 함께 배울 수 있는 2대1, 듀엣 과정으로.


운동을 시작한 지 이제 3개월이 지났나. 다행히도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허리를 굽히고 두 팔을 쫙 펴도 겨우 무릎 밑까지 밖에 기울어지지 않았던, 나무토막 같던 내 몸이 드디어 팔로 땅을 짚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팔다리를 펴고 굽힐 때마다 고통을 느끼는 수준이지만 그 고통을 통해 허리와 등에 힘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참, 뒤구르기 이후 다시 일어서는 운동도 맨 처음에는 1회도 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연속해서 20회까지도 거뜬하게 해낸다. 팔굽혀펴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팔 힘뿐만 아니라 가슴과 허리의 근육을 같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도 이해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우 일주일에 두 번 1시간씩, 2시간. 그것도 가족 행사나 일이 있으면 종종 다음으로 미루기도 했지만, 어쨌든 의무감을 가지고 이어오니 불가능할 것 같던 내 몸도 조금씩 반응을 해주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루틴이 중요함을 느낀다.

어쩌면 멋진 어른이 되는 것은 자신의 루틴을 꾸준하게 만들어, 다양한 삶의 장면에서 그 루틴으로 단련된 근육들을 그때그때마다 제대로 활용하는 데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근육이 사용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 맘대로 근육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게 되면, 자칫 잘못할 경우 내 몸이 다치게 된다. 습관처럼 평소에 꾸준하게 단련한 루틴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만든다.


얼마 전에 유튜브로 예전 무한도전을 다시 보고 있는데, 멤버들 중 노홍철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고민을 고백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노홍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기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너무나 사랑하는 멤버들과 스태프에게 선물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프로 방송인으로서 캐릭터의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중압감이 원래 그가 가지고 있던 자기다움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가 흘린 눈물은 프로그램의 캐릭터를 위해 점점 변해가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두려움, 하지만 그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상징성과 대한민국 대표 예능의 멤버로서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 내가 감히 상상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가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가 될 수 있는 자격이라고 한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그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유재석이 술과 담배를 줄이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오랫동안 국민 MC로서 사랑을 받아온 것처럼, 노홍철 역시 프로그램을 위해 그리고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기만의 규율을 만들어 꾸준한 루틴을 만들어오던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만들어가는 준비 과정 속에서 자기만의 루틴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때로는 처음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루틴은

규율이 되어 자기에게 언제라도 벗어나고 싶은 압박감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루틴이 진정한 루틴이 되어 일상이 되면 더 이상 그 규율은 압박이 아니다. 루틴의 전제조건은 꾸준함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유’라고 생각한다. 루틴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은 그 일을 하고 있을 때 의무나 압박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다움'을 느끼는 것 아닐까. 그 과정 속에서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기다움을 발견함으로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자기다운 일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일들은 경험해봐야 나와의 핏(fit)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지금 해보니 나와는 잘 맞는 일이 있을 수 있고,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만나게 되면 비로소 그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일들이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루틴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 일이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 어떻게 맞닿아있는가이다. 일상의 작은 루틴을 삶과 긴밀히 맞닿아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와 관련된 루틴들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일상에서의 꾸준한 습관.

지속적인 몇몇의 루틴이 하루를 채우고, 일상의 패턴을 바꾸고, 삶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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