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의 계절 봄

모든 것이 태어나는 봄, 그 태어남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봄은 이쁘다. 메말랐던 가지마다 푸르른 싹이 나고 그 싹이 잎이 되고, 한겨울을 지난 꽃눈들은 기지개를 켜어 어여쁜 색을 우리 눈 가득히 담게 해 준다. 

식물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몰랐다고 고백하고 싶다. 자연의 순환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그들만의 템포를 가지고 리듬을 타듯이 계절이 다가오고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그 리듬을 가슴으로 눈으로 느끼며 어깨 춤춰지는 나를 인식하는 것이 큰 행복임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고백하고 싶다. 

이른 봄, 중간 봄, 늦봄마다 피어나는 아름다움 들을 살피는 즐거움을 모두가 가져 보길 희망해 본다. 얼마나 이쁜지, 얼마나 앙증맞은지, 저 이쁜 꽃들이 어디에 숨어있다가 봄이라는 계절의 시계가 돌아가면 아무 소리 없이 '퐁'하고 나오는지, 색은 얼마나 고운지…. 

아파트 현관을 나서 주위를 돌아보면 목련나무에서 우아한 목련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고 그 옆에는 살구꽃이 곱게 피고 있다. ‘화단에는 무엇이 있나’하고 살펴보면 개복수초도 있고, 현호색도 있다. 아마도 누군가 심어 놓았던 것 같다. 둘레길에 들어서서 조금 걸어가면 매화가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다. 그리고 산등성이에 진달래가 연분홍 수줍은 뺨을 드러내고 있고 개나리가 샛노란 치마를 입은 것처럼 가득가득 피어나 있다. 여기저기에 산수유 꽃도 보이고 생강나무 꽃도 소담스럽게 가지마다 달려있다. 사랑스럽다. 

조금 더 있으면 철쭉도 피고 산철쭉도 이쁘게 피어나기 시작하고 개복숭아 나무에 연분홍색 꽃들이 바람에 날릴 때 벚나무도 그 향연에 참여한다. 산벚꽃, 왕벚꽃, 그리고 좀 더 있으면 겹벚꽃들이 풍경을 가득 채우고 가슴도 가득 채운다. 

이때 화단에는 꽃마리, 별꽃들, 제비꽃, 종지나물 꽃, 냉이꽃들이 소담스럽게 피어나 있다. 

좀 더 가까이 바라보면 이쁜 꽃들이 옹기종기 화단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박태기나무의 화려한 색의 꽃들이, 하얀 조그만 꽃들이 가득한 조팝나무 꽃들이 푸른 봄 하늘에 살랑거리면 가슴이 스르르 녹아버린다. 

어느덧 이제 아카시 나무의 꽃들이 웅성웅성 온 가지마다 피어나 공기 가득히 향기를 채운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

어두운 밤, 하늘에 떠있는 조각달, 살랑거리는 봄바람, 코끝에 와닿은 아까시꽃 향기…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농도의 향기…. 흉곽을 열어 깊숙이 흡입해 보자. 자연의 향내음을 깊숙이 담아보자.

나는 며칠 전 어느 봄날이 밤 한가운데 그 향기로 인해 황홀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그 향기분자들이 콧속을 통해 들어오자마자 특급열차처럼 나의 말초신경까지 전달되었다. 그리고 즉흥적으로 우스운 시조 같은 시가 머리에 불현듯 떠올랐다.

막사* 두 사발에 마음의 짐을 내려놓네

밤바람에 실려온 비단결 같은 꽃 향기는 

하늘에 떠있는 저 차가운 달과 함께 내 마음을 녹이는구나.

참고: 막사*는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줄임말 표현

매화꽃                                                   진달래꽃                                                       돌복숭아꽃

벚꽃

                                                                                                                                                 

 생강나무꽃                            제비꽃                                                               개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