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숙 Aug 13. 2024

Industria- 탐험하고 싶은 곳

여름 한 자락 끝 어느 날 둘레길 초입에 들어섰다. 며칠 전 비가 와서 불암산 계곡마다 물이 흘러넘쳤다. 나는 비가 올 때 창 너머로 보이는 산을 보면 가슴에서 울렁이는 원시적인 뭔가를 항상 느낀다. 가슴은 말한다. 


'그냥 나가서 비를 흠뻑 맞으며 산길을 걸어봐. 너를 감고 있는 그 수많은 끈들을 빗물로 녹여버려… 자유로워져.'


그리고 눈이 올 때도 똑같이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그 감정들을 느낀다. 다만 난 정신 나간 여인처럼 우산도 없이 비를 맞을 자신감도,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두 팔 벌려 하늘 향해 소리칠 수 있는 용기도 없는 너무나 소극적인 아줌마여서 항상 그 순간순간은 너무 슬펐다. 그래서 나를 위로하고자 비 온 뒤, 눈 온 뒤는 아무 말 없이 둘레길을 간다. 둘레길 초입에 들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석양을 배경으로 멀리 아파트가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숲 속에 사는 자연인처럼 느껴졌고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산업에 물든 기계에 부속된 도시-코난이라는 만화에 나오는 'industria'처럼 느껴졌다. 다가가기엔 멀리 있는 듯  여겨지지만 뭔가 비밀스러운 것을 간직하고 있는 곳처럼 탐험을 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코난이 곁에서 “우리 함께 가보자.” 했다면 두말하지 않고 따라나섰을 것이다. 무한한 호기심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비 온 후 습기가 산속을 가득 채운 곳에서 본 'industria'

이전 13화 살아있는 숲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