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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숙 Aug 13. 2024

살아있는 숲

숲은 하나의 유기체이다. 

무엇인가 비워지고 모자라면 다른 곳에서 채워주고 빌려주는 상호보상해 주는 관계 속에서 숲은 살아가게 된다. 숲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면서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의 균형을 맞추고 다양한 생명체들의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으로 살아가는 세계인 것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로 그리고 겨울로 가는 길목마다 그 시기를 알려주는 징표들이 조용히 나타난다. 만약 이러한 징표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우리의 숲과 자연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봄에는 어린 연한 잎들이 나뭇가지마다 달리고 풋풋한 싱그러움을 더해간다. 봄꽃들도 여기저기서 피어나고 여름이 다가오면 녹색이 더욱 진해져서 온 숲이 풍성해진다. 여름 꽃들도 자신들이 피는 시기에 따라 피고 열매를 맺는다. 가을이 되면 숲은 더욱 풍성해지고 숲에 기거하는 동물들에게는 한겨울을 나기 위해 다양한 음식을 축적하거나 맛볼 수 있는 기회의 계절에 있는 것이다. 낙엽들도 숲의 바닥에 쌓여 또 다른 역할을 하며 숲을 비옥하게 하는데 한몫을 한다. 

겨울이 되면 수목들은 잠을 자는 듯이 보인다. 물론 내부적 기작들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겠지만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습은 앙상한 가지가 찬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숲이 잠을 자며 뒤척이는 듯 여겨진다. 

그리고 다시 봄을 향하면 숲은 깨어나고 뿌리에서 세찬 에너지를 이용해서 가지 끝까지 그것을 전달한다. 동면에서 깨어나듯 숲은 기지개를 켠다. 

이런 사이클은 시간의 연속성처럼 항상 일정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인간의 입장에서 '좋은 의도' 혹은 '무심한 생각'으로 자연에 '개입'한다는 것은 일정한 흐름에 돌멩이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작은 파문은 극복할 것이고 큰 파문은 숲과 자연이 감당할 수 없다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들이 발생하고 그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회복 할 수 없는 일들을 발생시킬 것이다.  

둘레길을 만들어 숲을 산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좋은 점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둘레길을 산허리마다 둘러 만들어 놓으면 인간들의 발자취로부터 가해지는 중력에 의해 땅은 숨 쉴 수 없게 딱딱 해지고 해마다 둘레길 주위는 정비사업으로 인해 깨끗하게 정리 정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에 둘레길 데크길에는 낙엽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듯 빗자루가 비치되어 있다. 이러한 인간의 개입은 인간을 위한 것이지 숲을 위하고 자연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숲 속에서 걷는다는 것은 그 숲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체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잠시 다녀오는 것이다.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고 빌려주는 숲에게 빌려 쓰는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즐기고 돌려주면 되는 것이다. 

인위적인 모습이 더욱 많이 가미되어 가고 있는 우리의 숲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개입하고 그리고 혼란하게 만드는 우리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레길들에게도 휴식을 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메마른 가지에 새 생명들이 파릇하게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진해지는 생명의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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