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십 대 시절의 사랑이란 그저 가슴속에서 콩닥거리는 복숭아 빛 짝사랑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볼 빨간 사춘기 시절의 나는 애처로운 사랑, 가슴 아픈 사랑, 말 못 하는 가슴앓이 사랑을 책을 통해 수없이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나는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고 감정이입이 저절로 되는 사춘기 시절의 민감한 여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흔히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을 떨구는 시절이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여주인공과 나는 동일인이었고 소설책이든 만화책이든 그 속에 피어난 열렬한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함에 눈물 흘리고 아파하기를 얼마나 했던가!
캔디 만화를 보면서 테리우스를 가슴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의 안소니 보다 반항적인 그가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역시 나쁜 남자가 멋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테리우스의 얼굴, 몸짓 하나하나에 가슴이 쿵쾅쿵쾅 거렸다. 만화 속의 주인공인 그의 존재는 십 대 초반의 나의 상상력에 사랑이라는 글자에 불을 지폈다. 뜨. 겁. 게~~~!
그리고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면서 남장 여자인 오스칼이 너무 멋있었고 신분을 뛰어넘는 앙드레와의 절절한 사랑이 가슴을 휘어잡았다. 역사도 정사보다 야사가 재미나듯이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그 사랑이 난 너무 애달프고 좋았다. 그리고 오스칼이 여자로서 깊이 사랑했던 페르젠 백작에 대한 고백을 위해 의장대 옷을 벗어던지고 드레스를 입는 그 용기도 나에겐 가슴 스며드는 절절한 사랑이었다.
내가 중학생이었던 시절엔 문고판 사랑이야기책이 유행이었다. 학교선생님들에게 들키면 압수당하거나 혼이 났다. 하지만 난 맨 뒤에 앉아서 교과서 안에 그 책을 놓고 수업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지낸 적이 종종이었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다. 책을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주인공 남녀의 이야기가 사랑과 이별로 어떻게 끝나는지 가슴 에이는 그 줄거리를 차마 어떻게 덮을 수 있단 말인가! 다행히 한 번도 선생님께 걸리지는 않았으나 외줄 타는 짜릿한 기분과 가슴 콩닥거리는 주인공들의 사랑 줄다리기에 난 참으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시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상상 속에서 사랑에 울고, 사랑에 절망하며, 사랑에 환희를 느끼며 가슴이 불그레 물들어 가던 그때가 참 그립다. 내 마음 한편에는 아직도 그 시절 느꼈던 감정들이 지지 않는 꽃처럼 화사하게 핑크빛으로 만개하고 있다는 것을 쑥스럽지만 인정하고 싶다.
진심을 다해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