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린이집을 안 보낸다고요?
선택의 기로에서
육아는 수많은 선택의 연속인 듯하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기 장난감, 유모차, 카시트 등 온갖 육아물품 준비에 혈안이 되어 있는 예비엄마아빠들을 종종 보았다. 먼 거리의 대도시에서 열리는 베이비페어에 참석해서 물품들을 둘러보고 비교해 보고 싹쓸이해와서는 뿌듯해하는 사람들도 본 적 있었다. 나는 워낙 새로운 정보에 빠릿빠릿하지 못하기도 하고 물건 사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육아는 장비발이라며 "이것도 사야 돼! 저것도 아직 안 샀어?" 침튀기며 이야기하는 선배 육아맘들의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젖병 하나만 사려고 해도 인터넷에 찾아보면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검색 초반에 벌써 지쳐서 리뷰 몇 가지만 대충 읽어보고 구매 버튼을 누르곤 한다. 가끔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맘카페에 들어가 보면 요즘 핫한 육아템들을 소개하는 내용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이 시기가 되면 전집을 사야 한다느니, 어느 사이트에 들어가면 핫딜 쿠폰을 받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지 하는 정보들. 나도 그런 정보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가끔은 국민 장난감이라 불리는 아기 장난감을 사기도 하고, 애 키우는 집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 한다는 아기 전용 미끄럼틀도 구입해서 집에 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다른 아이들도 다 갖고 있다니까, 요즘 인기가 많다니까 좋은 거겠지 하는 생각에 무작정 사들이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비싼 돈 주고 산 건데 아이가 잘 갖고 놀지 않으면 괜히 아이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고, 집 안에 떡 하니 공간만 크게 차지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느 날 맘카페를 탈퇴하였는데, 보고듣는 정보가 없으니 무분별한 소비도 예전보다 덜 하게 되었고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느꼈던 혼란도, '나만 안 사는 건가?' 하는 불안감도 덜해졌다. 대신 내가 육아를 하다 정말 필요한 물건이 생겼을 때만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매장에 직접 가서 사게 되었다.
육아물품뿐만 아니라, 어느 시기에 어떤 어린이집을 보낼 것인가 하는 것도 부모들이 많이 고민하는 선택의 문제 중의 하나다. 우리 아이는 곧 20개월이 되는데, 주변에 있는 대다수의 또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평일 오전에 아이를 데리고 밖에 산책을 나가다 보면 '아직 아기 어린이집 안 다니나 봐요? 왜 아직 안 보내요?' 하는 이야기를 가끔 들을 때가 있다. 나는 아이가 엄마와의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신뢰와 애착이 형성된 후에 어린이집에 다니도록 하고 싶었다. 육아에 정답이란 없고 엄마들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옳고 그른 것은 따질 수 없지만, 적어도 나의 생각은 그랬다. 그런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말을 듣다 보면 흔들릴 때가 많다. 누군가는 아이가 엄마하고만 있으면 사회성이 부족해진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어린이집에 늦게 보낼수록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도 했다. 부모님 역시 다른 친구들도 어린이집 다 보내는데 너희 아이도 그냥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하셨다. 남들이랑 비슷하게 키우는 게 제일 낫다는 말을 덧붙이며.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실내외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아이와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나도 점점 지쳐갔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나도 그 시간에 운동도 할 수 있고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사실 솔깃했다. 내년에 보내는 것으로 신청해 놓았지만, 조금 앞당겨서 올해 하반기부터 보내볼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보았다.
'육아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리는 순간, 의외로 답이 쉽게 나왔다. 내가 육아물품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릴 때 내 아이의 필요보다는 남들이 사니까 따라사다가 곧 후회하는 것처럼,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를 고민할 때도 '내 아이가 정말 어린이집이 지금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보다는 '남들이 보내니까 그냥 보내지 뭐'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원래 내가 가졌던 원칙을 고수하고 나니, 부차적인 문제들은 하나씩 타협점을 찾게 되었다. 아이를 오래 데리고 있는 게 힘들 때는 친정 부모님이라 시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그 시간에라도 조금씩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또래보다 늦게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어 실제로 아이가 적응을 힘들어한다면 적응 기간을 충분히 두고 천천히 어린이집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해질까 봐 걱정이 된다면 아이들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해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주고,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인생을 길게 보았을 때, 이렇게 내가 엄마로서 아이와 꼭 붙어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애틋해진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육아를 하며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선택들이 내 앞에 놓이게 될까. 그 선택의 순간들 앞에서 얼마나 또 마음 조리고 고민하게 될까. 남이 뭐라고 하든, 주변의 시선이 어떻든 간에 나의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밀고 나가면 그게 정답이지 않을까. 부모로서의 나의 철학과 아이의 생각을 소중하게 담아서 그 크고작은 선택의 문들을 두드려 나가고 싶다. 쫄지 말고. 누구나 그렇듯 나도 엄마가 처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