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함부로 던지지 마세요

말의 상처들

by 장유미

육아를 하면서 새롭게 마주하는 일상 중 하나는, 아이와 함께 지나가다 보면 행인들의 시선을 자주 받는다는 점이다. 길을 걷다 아이를 발견하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어주거나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섬주섬 꺼내 아이 손에 쥐어주시는 할머니들도 계신다. 아이가 까르르 웃거나 손을 흔들며 반응을 보이면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어 주신다. 아이의 존재는 이렇게 사람들을 무장해제시킨다.


그러나 가끔은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들에 상처를 입을 때가 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갔는데 입구에서 열체크를 담당하던 분이 "아기 아직 돌 안 지났죠?"라고 내게 물었다. 아이가 곧 18개월이 되어가는 때였으므로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 속에서 화가 훅 치밀었다. 아이가 또래보다 몸무게가 적고 왜소한 편이기는 하지만, 돌이 지나도 한참 지난 아이인데 그런 질문을 받으니 엄마인 나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아이 체중이 잘 늘지 않고 요즘 밥을 잘 먹지 않아 나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기 때문에, 아픈 곳을 찌른 셈이다. 그 사람은 분명 나에게 상처 줄 의도 없이 무심코 던진 말이었겠지만,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동안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기에 대해 궁금하다면 "몇 개월이에요?" 그냥 이렇게 물으면 될 텐데 꼭 그렇게 말했어야 했을까. 예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어떤 사람은 내게 아기 월령을 듣더니 놀라며 "진짜요? 근데 왜 이렇게 말랐어요?" 이렇게 말한 경우도 있었다. 말하는 꼴이 너무 황당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 사람은 자신의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오랫동안 내 마음이 불편했다는 걸 알기나 할까. 뭔가 억울하다.


말은 살아 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씨를 뿌려 열매를 맺기도 하고, 마음을 더 소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외롭게 만들기도 하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히기도 한다. 말은 당신과 함께 자라고 당신의 아이들에게로 이어진다. 말은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정확히 보여준다. (김윤나『말그릇』중에서)


말의 위력에 대해 생각해 본다. 메마른 마음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줄 수도, 누군가를 무참히 짓밟을 수도 있다. 말이 새삼 무섭게 느껴진다.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말고, 담 너머로 쓰레기 버리듯이 휙휙 던지지 말고 듣는 사람을 배려하며 보다 정성스럽게 말할 수 있다면 어떨까. 말은 곧 그 사람이니까 말이다.

keyword
이전 01화비가 오는 날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