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아이에게 정말 괜찮은 걸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어도 되는가에 대하여

by 장유미

아이를 낳기 전부터 남편과 나누었던 육아에 관한 대화 중에서 자주 나왔던 주제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보여줘도 되는가'였다. 스마트폰이 없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시대이기도 하고, 이런 스마트화된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정작 나조차도 스마트폰이 당장 손에 없으면 불안한 날들이 많고 간혹 집에 스마트폰을 두고 나온 날에는 지갑을 두고 나왔을 때보다 더 당황한 적이 많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도구라고 해서 그것을 아이에게도 노출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출처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은 아주 자극적인 음식을 입안에 넣어주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기들은 쌀미음부터 시작해서 간이 되지 않은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고 점차적으로 간이 된 음식들을 접하며 서서히 미각을 발달시켜야 하는데, 단계적으로 미각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생략된 채 초반부터 맛있고 자극적인 음식에 노출된 아기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것만 찾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너무 어렸을 때 스마트폰을 접하게 된 아이들은 화면 속의 달콤한 세상에 빠져서 정작 실제 자기 주변의 일들에는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잠깐 스치듯 본 영상이었으나 이 내용은 나에게 강렬한 메시지로 다가왔다. 화려한 영상 속의 재밌는 캐릭터와 게임에 중독된 아기들이 과연 일상에서 호기심을 찾을 수 있을까. 주변을 탐색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뇌를 발달시키는 이 중요한 시기에 아기에게 주어지는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독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하다. 아이에게 스마트폰 쥐어주는 시간 동안 엄마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식당에서는 밥을 편하게 먹고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도 있다. 나도 아이가 식사 때 자리에 앉지 않고 돌아다니려고 하거나 밥상 앞에서 떼를 쓸 때마다, '스마트폰 하나면 아이 밥 금세 뚝딱 먹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한 번 보여주기 시작하면 계속 보여줄 가능성이 크고, 이것 때문에 아이와 내가 실랑이를 하는 것이 너무도 싫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유혹을 참곤 했다. '스마트폰 멀리하기' 원칙을 앞으로도 고수해 나갈 수 있을까. 그 길이 녹록지는 않을 것 같다.


육아를 하며 자주 선택의 갈림길과 결정의 순간 앞에 선다. 모유를 먹일 것인가 분유를 먹일 것인가, 이유식을 사서 먹일 것인가 직접 만들어 먹일 것인가, 어린이집은 언제 보낼 것인가, 음식의 간은 언제부터 할 것인가, 스마트폰이나 TV는 아이에게 언제부터 노출시킬 것인가, 언제부터 부모와 잠자리를 분리할 것인가 등등. 나의 부족한 지식 때문에 혹여라도 잘못된 판단을 하지는 않을까 싶어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눈 딱 감고 엄마가 조금 더 편안한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으련만, 늘 내가 생각하는 육아의 원칙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느라 고생을 사서 하고 있다. 피곤에 절어 있으면서도 새벽까지 이유식을 만들고,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그리 오래 힘들어했음에도 불구하고 쿨하게 분유로 갈아타지 못했던 나다.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한다는 원칙으로 철벽을 쌓고 융통성 따위는 발도 들이지 못하도록 했던 나. 그런 고집 속에서 서서히 지쳐가고 나를 잃어갔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엄마로서의 내 모습인 걸. 요즘 나의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는 '너무 애쓰지 말자'가 적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로서 노력하되, 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정도만. 그리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의미다. 나를 갈아 넣고 파괴하면서까지 노력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최선이 될 리가 없기에. 그러나 육아로 아무리 힘들더라도 스마트폰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다. 대신 도서관의 책 그리고 아이가 집 밖에서 만나는 넓은 세상을 선물로 주고 싶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가장 스마트한 육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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