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남들보다 늦어도 괜찮아, 네 속도대로 가렴

by 장유미

밖에 나가면 우리 아이와 또래인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저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닐까, 밥은 잘 먹을까, 몸무게는 얼마나 나갈까, 밤에 잠은 잘 잘까 등등 처음 보는 아이임에도 궁금해지는 것이 참 많다. 아이를 처음 키우다 보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도 확신이 없고 불안하기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기르고 있을까 엿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에 대한 관심의 차원을 넘어서 '비교'를 하며 우열을 논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우리 아이는 생후 170일 정도 되었을 때 뒤집기를 했다. 블로그를 보다 보면 100일이 갓 넘었을 때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후기, 100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아이가 뒤집기를 해서 신통방통하다는 내용의 글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애써 태연하려 했지만 아이가 5개월이 지나도록 뒤집기를 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남과 비교하지 말기'를 육아의 철칙으로 내세웠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가 너무 뒤처지지는 않기를 바랐다. 그즈음 나는 온종일 뒤집기 생각뿐이었다. 만 6개월이 가까웠을 때쯤 뒤집기에 성공했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더 늦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과거를 뒤돌아보니, 이런 고민들이 참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는 그저 자기만의 속도대로 가고 있는데 '더 빨리'를 외치며 안절부절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어리석고 우스워보였다. 100일 전에 뒤집든, 150일에 뒤집든, 아니면 조금 더 늦어 200일에 뒤집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일반적인 발달 단계에서 눈에 띌 정도로 많이 뒤처져 진료와 상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남들과의 비교로 인해 에너지를 소진하는 일은 불필요해 보였다. 안그래도 힘든 육아에 더 힘 빠지는 일을 보탤 필요는 없으니까.


15개월이 되어서 두 발로 걷기 시작했으니, 걷기 또한 보통 아이들보다 늦은 편이었다. 아직 기어 다니는 아이를 보면서 남들이 오히려 걱정을 했지, 엄마인 나는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뒤집기 때 남들과의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라 '때가 되면 걷겠지' 하고 마음을 놓았다. 오랜 친구가 '야, 우리 애는 17개월에 걸었어. 소아과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로 그러더라. 걱정하지 마세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다 걷습니다.' 이 말을 듣고 친구랑 한참 깔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의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주고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 흔한 보행기도 쓰지 않았다.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두 발에 적당한 힘이 실려 스스로 걸음을 뗄 수 있을 때까지 그저 지켜봐 주었다. 하긴, 오랫동안 기어 다니는 생활을 하다 직립보행을 하게 되는 이 거대한 변화가 그리 간단한 일일 리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너무 빠른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 아이는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성장했다.


만 20개월이 된 요즘은 아이의 언어 발달이 엄마들 사이의 화젯거리다. 엄마들은 저마다 아이가 어떤 단어들을 말할 수 있는지 열거하기에 바쁘고, 어제는 이런 신기한 말을 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데 여념이 없다. 나는 할 말이 없다. 우리 아이는 아직도 할 줄 아는 말이 '엄마'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히 들어왔던 엄마 말고 어떤 말을 처음으로 아이에게서 듣게 될까 너무나도 설레고 궁금하지만, 말이 늦는다고 해서 불안하지는 않다. 아이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어느 날 말을 시작하는 위대한 순간에 함께 손뼉 치며 기뻐해 주면 되는 거 아닐까.


육아는 남보다 빨리 도달해야 할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뒤쳐지는 것보다 이왕이면 앞서가는 것이 나은 것 아니겠냐며 이 말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보다 빨리 도착점에 도달하면 그 아이의 삶은 1등이 되는가? 우리 아이가 남보다 '먼저' 왔다는 데서 느끼는 짜릿하고 우월한 기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또 다른 경주에서는 순위가 밀릴 수도 있는 것이니 곧 깊은 상실감과 패배감에 젖게 될 것이다. 개나리는 봄에 피고 코스모스는 가을에 핀다. 재촉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순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꽃이 핀다. 여름에 피는 해바라기를 보고 아무도 왜 더 일찍 봄에 꽃이 피지 않냐고 묻지 않는다. 그저 식물이 햇빛을 잘 받게 해 주고 적당히 물을 주고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그러면 이내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아이들도 저마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다르다. 부모의 신뢰, 사랑, 기다림이 더해지면 각자 준비된 시기에 진한 향을 가득 머금은 꽃을 피워낼 것이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장 소중한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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