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 생각은 좀 다른데요

육아에서의 의견 충돌

by 장유미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결정해야 할 일들이 무수히 많았다. 불안한 마음에 두꺼운 육아책들을 사다 놓고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뒤적거리며 정보를 얻곤 했지만, 그것이 100% 정답일 리는 없었다. 소아과 의사들이 수많은 데이터와 이론을 토대로 내놓은 보편적인 지식들이지 우리 아이에게 무조건 맞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Case by case라고, 아이들마다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육아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불안했다. 게다가 남편, 시부모님, 친정부모님과의 의견 차이가 생기면 그 많은 선택지들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일 또는 나의 생각을 그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은 꽤 지난한 과정이었다. 부모님들은 육아를 해 본 경험이 있으므로, 깊은 경험에서 우러난 지혜는 실로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래도 육아에 관한 결정권은 엄마에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조언들이 성가시고 지나친 간섭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아이 음식을 준비할 때 간 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 싶었다. 물론 간을 하게 되면 아이가 맛있으니 더 잘 먹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이유식을 떼고 이제 막 밥을 먹기 시작한 아이에게 간이 된 음식을 주어 일찍부터 미각을 자극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은 될 수 있으면 서서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그동안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의견은 달랐다. 아이가 이미 과일을 먹어서 단맛에 노출되어 있으니 내 의도대로 간이 안 된 음식을 주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여기고 계셨다. 간을 해서 맛있게 반찬을 만들어 주고 아이가 잘 먹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아이가 평균보다 몸무게도 적게 나가서 일단 잘 먹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도무지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평행선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 음식에서만큼은 나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엄마인 내가 내 아이 음식 만드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고 왜 태클을 받아야 하나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시부모님께서는 나에게 서운한 점이 있으셨겠지만, 나는 그냥 내 뜻대로 하기로 했다. 간을 하지 않는 대신 멸치육수나 다시마를 넣어 맛이 느껴지도록 했고, 각종 유아식 책을 참고해서 소금이나 간장을 넣지 않고도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따라 해 보았다. '간을 안 하니 애가 밥을 안 먹잖니' 이 말이 너무 듣기 싫었던 것이다.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은 친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지난 주말에 친정에 가서 일주일 정도 머물다 왔다. 아빠는 아이 손에 조그만 먼지라도 묻으면 그때마다 자꾸 아이를 세면대로 데리고 가 손을 씻기셨다. 나는 평소에 집에서 아이 손이 조금 지저분해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한참 호기심이 많은 시기여서 집안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져보느라 바쁜데, 손이 지저분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자꾸 손을 씻기면 아이도 스트레스받을 수 있고 나도 무지 귀찮은 일이기에 그냥 두기로 한 것이다. 지저분한 것이 많이 묻었을 때 가끔 한 번씩 씻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아빠는 먼지 묻은 손이 입으로 갈까 봐 노심초사하였다.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지지 묻었네. 손 씻어야지!' 하셨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친정에 며칠 있다 보니 '손 씻어! 손 씻어!' 이 말이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없던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언젠가 부모님과의 의견 충돌을 두고 하소연을 했을 때, 얘기를 듣던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난 그래서 아무한테도 안 맡기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 혼자 키워. 힘들더라도 그게 나아.' 현명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받는 게 낫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가 했던 말을 뒤집어보면, 부모님께 육아 도움을 받는 한 어느 정도의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것. 내가 필요할 때 도움도 받으면서, 육아에 대한 모든 결정은 무조건 엄마가 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그 모든 것이 간섭과 잔소리로 느껴진다면, 친구 말대로 혼자 키워야 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내가 엄마로서 육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께도 어느 정도의 자리는 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이제는 조금씩 든다. 내 생각만이 정답이 아니라 다른 방법들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부모님의 말씀도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자세를 가진다면 나의 마음도 좀 더 넉넉하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열린 마음으로 양쪽 귀를 열어두되, 그래도 내 생각대로 밀고 나가고 싶은 것은 꼭 말씀을 드릴 것이다. "어머니, 근데 제 생각은 좀 다른데요..." 대신 예전처럼 정색하지 말고 웃으면서. 표정관리 참 못하는 사람인데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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