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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미 Oct 03. 2020

아프고 난 후에 비로소 깨닫는 것들

치열하게 아팠던 3일간의 기록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남편이 아이와 단둘이 우중 캠핑을 하고 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아직 변변한 캠핑용품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 캠핑이라고 해봐야 거창한 것은 아니고, 숲 속에 가서 싸구려 텐트를 쳐 놓고 몇 시간 있다 오는 것이 전부다. 아이는 아빠와 몇 번 해 본 텐트 놀이가 재미있는지 "다람쥐 숲 갈까?" 한마디면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바쁘게 나갈 채비를 한다. 덕분에 나는 고요한 집에서 조금이나마 숨을 돌릴 여유를 갖는다. 이렇게 글도 쓸 수 있고.


   지난 며칠간 참 많이 아팠다. 갑자기 온몸이 으슬으슬 춥고, 열은 점점 오르더니 금세 40도를 넘어섰다. 체온계의 숫자를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40.2도라니. 코로나 증상이 아닐까 생각이 드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요즘 내가 누구를 만났었지? 밖에서 마스크를 잠깐 벗었던 적이 있었나? 진짜 코로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우리 아이는? 확진자 중 한 명이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상상에 불안감까지 더해져 그날 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밤새 열은 내리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하루 종일 설사를 하느라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거렸다. 코로나 시국이라 예민한 병원에서는 나처럼 열이 높은 환자는 코로나 음성 판정 전에는 병원 내에서 진료를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아픈데 진료도 못 받고 문전박대당하다니. 접수대 직원을 붙잡고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내게는 울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보건소 선별 진료소를 찾아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다음날 오전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한 집에서 '격리'된 채 생활하는 것은 꽤나 슬프고 힘든 경험이었다. 화장실 갈 때만 제외하고 나는 작은 방에서 혼자 생활했다. 밥도 따로 먹어야 했고, 욕실도 따로 썼다.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없고 쌀미음만 지겹게 먹어야 하는 현실보다도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울며 방문을 두드려도 아이를 안아줄 수가 없다는 것. 엄마가 방에 있는데도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것을 22개월밖에 안 된 아이가 이해할 리 없었다. 엄마가 늘 함께였는데, 언제나 두 팔 벌려 안아주고 같이 놀아주던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서럽고 속상했을까. 쉴 새 없는 설사와 구토로 인해 시뻘건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나는 깨달았다. 엄마는 절대 아프면 안 된다는 것을. 엄마가 아픈 것은 그냥 내 몸 하나 아픈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도 함께 아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내 어깨에 책임감 하나가 더 얹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만일 코로나가 양성일 경우 일어날 일들, 내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머릿속 시나리오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휴식을 취하니 조금씩 몸이 호전되었다. 지겹던 설사도 멈추었고 열도 내렸으며 비실거리던 내 몸도 조금씩 기운을 되찾아갔다. 아이는 홍삼, 이름 모를 약들, 유산균 등등 자기 눈에 보이는 약 같이 생긴 것들은 죄다 가져와 "엄마!" 하며 나에게 건네주었다. 엄마가 또 아플까 봐 제 딴에도 걱정이 되었나 보다.


   나는 그동안 건강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없었고 병원 신세 진 적이 많지 않아서 '난 건강한 사람'이라 자부하며 지냈다. 그런데 아프고 보니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건강이라는 것은 자연스레 언제나 내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온실 속 화초를 가꾸는 것처럼 꾸준히 내 몸을 다듬고 가꾸고 노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건강이라는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해야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들ㅡ아이를 안아주기,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는 음식 먹기, 시원한 바람맞으며 산책하기, 졸릴 때까지 읽고 싶은 책 읽기ㅡ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온마음으로 웃고, 일하고, 맛있게 먹고 긍정의 생각으로 나를 채우자. 그것이 내가 믿는 '건강을 위한 출발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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