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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할 일이라면 좀 더..재미지게

나는 파이어족보다 평생 현역이 좋다

by 일상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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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정규직에서 초단기 기간제로 바뀌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 수 있구나를 실감한다.


지난 월요일에 업무 시작에 대한 계약을 마치고 담날 화요일에 사무실에 출근했다. 분명 사무실 공간이 있고 나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할 직원들이 출근했음에도 책상과 컴퓨터가 5일이 지난 시점에도 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러지?”


관계 기관 담당자에게 “제가 직접 컴퓨터 업체에 연락해서 빨리 보내 달라면 어떨까요?”라고 말하니 담당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가 많아 바쁘다면서도 직접 자신이 연락을 해보고 다시 나에게 연락해 주겠다”라고 말했다. ‘내가 직접 연락하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관계기관 담당자가 직접 연락해야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기다리던 중 담 주 화요일에 설치 완료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근무 시작 한 지 8일 만이다.


그동안 컴퓨터를 대신해서 집에서 쓰는 노트북을 가져오거나 아이패드를 사용, 그도 없는 직원은 핸드폰 메모장 등을 이용하기로.


그럼에도 그동안의 분주한 삶의 황폐함을 겪은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해야 할 일의 양이 줄어든 만큼 일을 좀 더 내실 있게, 좀 더 좋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일까?


마음이 평온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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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게 된 직원들의 나이 분포가 29세, 31세, 34세로 모두 MZ세대. 사무실 책상과 컴퓨터가 올 때까지 일 관련 책이나 자료들을 읽고 각자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는 스터디클럽을 임시적으로 운영하쟀더니 모두가 좋다고 했다.(다행)


스터디클럽 시작 첫날 내가 직원들을 부를 때 직위 대신 ‘애칭’으로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면서 혹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애칭으로 부르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들어보더니 그렇게 불러도 좋겠다고 호응해 줬다.


스텝 1. 29세 남

애칭 : 모찌(MOZZI)님

프로젝트에서의 역할은 조사, 연구이지만 틈틈이 재즈힙합 가사를 쓰고 노래를 만들고, 부를 때의 이름이 ‘모찌’라고 한다니 그 이름 그대로 모찌님.


스텝 2. 34세 남

애칭 : 나반장님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니 원래의 성씨에 반장을 붙여 ‘나반장’님


스텝 3. 31세 남

애칭 : 격쌤

왠지 직관적으로 ‘신사의 품격’이 떠올랐기에 줄임말로 신품님으로 하면 어떨까 싶었는데 발음이 자 연스럽지 않아 서로 의견을 내어 마지막 글자인 ‘격’을 남기고 여기에 선생님 즉 쌤을 붙여 격 쌤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런데 우연히도 틈틈이 10 년째 격투기를 하고 있어서 격투기에서의 격에 선생님 쌤을 붙인 것과도 일치


스텝 4. 31세 여

애칭 : 신박사님

지금은 대학원 박사 수료 단계이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영감을 받아 박사논문 주제를 잡고 가까 운 시 일 안에 박사논문을 쓰면 어떠겠냐고 나의 바람을 애칭에 담아봤노라 말했더니 이 또한 통과.

그런데 지금껏 애칭을 나뿐만 아니라 스텝 서로 간에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애칭으로 부르니 단지 일 파트너를 넘어 좋은 친구들이 생긴 것처럼 든든하다. 어떤 일이 와도 함께 헤쳐 나갈 것만 같은 느낌이랄 까~~~~

일상적 삶 속에서 어차피 할 일인데 ‘일을 좀 더 재미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작 은것이라도 실천하자가 현실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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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직장인들이 ‘마지못해 출근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직장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자아실현의 공간이라기보다는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공 간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하는 일이 일치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하 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수용하는’ 태도를 지니게 된다.

‘어쩔 수 없지 뭐, 나만 그런가 뭐 다 이러고 사는 거지 뭐...’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인내심으로 버티다 보면 자신이 선택해 들어간 직장이지만 어느새 일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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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보다 평생 현역

지금껏 나는 직장을 선택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또는 ‘잘할 수 있는 일인가?’‘나의 마음을 반짝이게 하는 일인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시작한 일 또한 급여가 이전 직장에서 보다 깎인 것은 물론 초단기 프로젝트라 이다음에는 또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 또한 ‘나다움의 길’의 연장이라 선택한 일이다.


최근 파이어족을 꿈꾸는 직장인이 많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앞글자 파이어(FIRE)를 딴 말로 경제적 자립을 통해 40세를 전후로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이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나는 은퇴보다는 ‘평생 현역’을 꿈꾼다. 그러려면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직(創職)을 하거나, 가보지 않은 길,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일이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 그리고 그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노력하여 도달할 수 있는 꿈이 되도록 내적 역량을 기르려고 한다.


하루 그리고 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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