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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의 집 1_ 로프트 28

광주 구시청 자메이카 음식점, 오래 지속되는 라일락 꽃향기 같다

by 일상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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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위해 동료들과 로프트 28(loft28)에 갔다. 베네수엘라 출신 론(Ronald Harford)그리고 민수가 반갑게 우릴 맞았다. 구시청사거리 기록화사업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을 때 봤던 가족 앨범처럼 생긴 메뉴판에 적힌 요리들을 먹어보고 싶어서였다.


자메이카 저크 치킨, 자메이카 카레 치킨, 칠면조 다리 요리를 주문했다.

집 거실 분위기가 나는 로프트 3층 부드럽고 아늑한 불빛 아래서 나지막한 탁자 옆 소파에 둘러앉아 잠시 한가롭게 론(Ron)이 만든 요리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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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트는 집 분위기를 낸 컨셉이라고 했다. 뉴욕, 토론토 로프트 아파트 스타일처럼 부엌, 편안한 느낌의 거실이 한 곳에 있는 스타일이다. 광주에 사는 외국인 그리고 한국사람에게도 이곳이 집 같은 곳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로프트는 자메이카 음식점이다. 자메이카 음식점을 시작한 데는 재밌는 일화가 있었다.


Ron : 사촌과 제가 함께 살았는대요. 집에서 자메이칸 스타일 닭고기 요리를 하게 됐어요. 이에 대해 한국 친구에게 물어봤어요. “이 닭고기 요리 어때?” “한국 사람들이 이 요리를 좋아할 것 같아?” 친구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자메이카 요리를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그래서 식당을 열면서 자메이카 음식을 하게 되었고 자메이카의 유명인, 레게(Reggae) 음악 등 자메이카 문화를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게 됐어요. 나의 아버지께서 자메이카이고요. 사촌의 가족들도 자메이카이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메이카 요리를 하게 됐어요


로프트에 덧붙여진 숫자 28의 의미가 궁금했다.


Ron : 28이란 숫자는 가족들 생일에서 따온 거예요. 가족들이 이 사업을 함께하고 있도 또 이곳을 집 같은 분위기로 만들려고 하니까요 여기 온 많은 사람들이 함께 친구가 됩니다. 여기에서 만나 결혼 한 사람도 있어요. 본국에 돌아가서도 여기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며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광주 외국인들의 또 하나의 집이라 보면 좋겠습니다


메뉴판에 드링크에 대해 매우 친절하게 적혀 있었다


Ron : 드링크 메뉴를 종류나 맛에 따라 구분해 놨어요. 칵테일은 달콤한 맛, 시큼하면서도 단 맛 등으로요. 왜냐면 많은 젊은이들이 맥주나 소주처럼 칵테일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은 듯해서요. 자메이카 맥주 레드 스트라이프는 광주에서 이곳에만 있을 거예요. 굉장히 청량감이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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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사진, 요리에 대한 설명이 가족앨범 속에 쏙 들어가 있다


Ron : 자메이카 음식은 음식마다에 약간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문화가 있어요.

요리법,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지 등의 소소한 이야기를 적어요. 매일 먹는 음식도 가족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앨범에다가 메뉴를 적어 놨어요


‘음식도 가족처럼 느껴지도록...’이란 말에 끌렸다.


2층엔 무대가 있다.


Ron :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틀어요. 힙합, 자메이카 음악.. 때때로 DJ와 함께 하기도 하고요. 어떤 날엔 베네수엘라 그리고 멕시코, 스페인 음악들이 여기 있어요. 광주에 아프리칸 선생님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프리칸 음악도 틀고요. 사람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이어도 음악을 좋아하잖아요.


음악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요.


음악으로 이뤄낸 기적 엘 시스테마(EL SISTEMA)가 떠올랐다.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오르간 연주자 겸 정치가였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에 의해 시작된 오케스트라 교육 프로그램이다. 소외계층 아이들을 오케스트라 연주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삶의 희망과 공동체적 관계 맺기의 가치를 심어줬다,


내가 살아온 시간 속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내게도 음악으로 삶의 기쁨을 누린 시간들이 있었다. 광주 KBS 클래식 FM92.3 라디오에서 하는 ‘오후의 풍경과 음악, ’ 음악 앨범‘이라는 음악 등의 프로그램 코너 ’ 이유진의 그림과 차 한잔‘에 참여했다. 9~10분 정도 방송 분량이었다. 해당 방송국 홈페이지에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한 장의 그림 이미지를 올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생방송으로 6년여 진행했다.

말하는 중간중간에 내가 선곡한 음악을 3곡 정도 들려줬다. 선곡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샹송(Chanson)을 비롯 다양한 월드뮤직(World music)을 들었다. 선곡해야 하는 음악을 핑계로 일주일에 2~3시간은 오로지 음악 듣기에 집중했다.(음악은 단지 애호가) 다른 일 틈틈이 음악 듣기에 몰입하던 그 시간이 더없이 행복했다

기타를 치며 읊조리듯 그러나 강력하면서도 따듯하게 노래하는 조르쥬 브라상(Georges Brassens)의 <나쁜 평판(la mauvaise reputation)> 조르쥬 무스타키(Georges Moustaki)의 노래

<나의 고독(Ma Solitude)>을 좋아한다


레오 페레(Leo Ferre)는 노래한다.


시간이 흐르면, 시간이 흐르면 모두 사라지지...

(Avec le temps Avec le temps, va, tout s'en va)



"아! 집 같아!"에서 "집이란 무엇일까?"


우리들 삶의 시간들, 시간이 흐르면 모두 사라지는 기억의 조각들이 쌓인 유물적 장소이자 애틋하고, 따듯한, 때로는 사소한 일로 논쟁을 벌이는, 권력관계가 뒤섞인 관계적 장소가 아닐까?

그럼에도 이브 뒤 테이(Yves Duteil)의 노래 <아이의 손을 잡고( ‘Prendre un Enfant)>에서 처럼 아주 부드럽게, 아무 말 없이, 격식 없이
아이를 가슴에 안아주는
(Tout doucement, sans parler, sans pudeur,
Prendre un enfant sur son coeur)

내 안의 네 안의 아이를 서로가 안아주는 그런 곳 아닐까?

우리는 집 밖에서 집을 찾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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