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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르페브르 <현대 세계의 일상성> 읽는 중이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 순간’은 없다.

by 일상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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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브런치를 시작하며 나의 또 하나의 이름 즉 필명(筆名)을 ‘일상 예술가’라 칭하였다. 이는 ‘일상을 예술화 하자’라는 나의 의지 반영과 함께 그러기 위해 일상생활, 일상성의 개념, 예술과 일상 그 ‘빈틈’ 즉 ‘사이’를 좀 더 깊게 탐구해보고, 예술적 대안을 찾아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고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가 쓴 <현대 세계의 일상성>을 밑줄 그으며 다시 읽는 중이다. 이 책은 갈리마르 출판사의 1968년도 판 La vie quotidienne dans le moderne을 박정자 옮김, 도서출판 기파랑에서 펴낸 책이다.


내 필명 ‘일상 예술가’를 뒷받침하는 소개글을


‘세상엔 수많은 예술이 존재한다. 나는 우리 각자의 삶도 예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란 존재의 예술을 위하여 천진난만하게, 꿋꿋하게, 즐겁게 산다’라고 적었다.


사실 이 생각의 중심을 이루는 주제 ‘일상의 예술 작품화’의 뿌리는 일상을 사유한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의 통찰에서 빌려온 것이다.


르페브르는 ‘일상이 작품이 되게 하라’고 말했다. 여기서 작품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예술적 물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알고,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의 조건들을 재생산하고, 자신의 자연과 조건들(육체·욕망·시간·공간)을 전유하고(p355), 스스로 자신의 작품이 되는 그러한 행위를 지칭한다. 사회적으로는 자신의 역할과 자신의 사회적 운명을 자기 손아귀에 쥐고 그것을 책임지는 행위, 다시 말해 자주관리를 가리킨다.( p356)


자주관리(autogestion)란 문자 그대로 스스로(auto) 경영하고 이끌어감(gestion)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것은 자율적인 경영과 행정, 자기 통제를 의미한다. 앙리 르페브르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주관리 이론가다(<앙리 르페브르, 지은이 신승원, 펴낸 곳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88p 참고)


표지그림(왼쪽) <현대 세계의 일상성> 장 미셀 바스키아 그림 (오른쪽) 앙리 르페브르 사진이다


<현대 세계의 일상성>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내용들이다.


르페브르의 글 속으로 들어간다


p210-213 광고는 예전의 철학 도덕 종교 미학의 자리에 대신 들어섰다.(...) 항상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며, 무슨 옷을 입고 무슨 가구를 들여놓으며, 어떻게 살 것인지를 말해준다. 그런 식으로 당신은 프로그래밍되는 것이다. (...) 친절하고 이로운 회사가 당신 곁에 있다. 아주 주의 깊은 모습으로, 회사는 개인적으로 당신을 생각해준다. 아주 친밀하게, 회사는 당신을 위해 특별히 개인적인 물품을 준비하고, 이 개인 적인 물품들은 안락의자· 부품 조립· 침대 시트· 속옷 같은 생활용품의 자격으로 당신의 개인적인 자유에 양도된다. 저것이 아니고 반드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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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 시작전에 나오는 광고 장면이다. 주인공 박이도(남주혁분)가 책상앞에 앉아있다. 책상에 지성과 젊음을, 사물에 현실과 상상이라는 이중의 존재를 부여한다


p226 소비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한다. 소비자들 사이의 관계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저 모든 것을 삼킬 따름이다. 비록 소위 소비사회에서 어떤 의미 작용이 부여되었다고는 하나 소비행위는 고독한 행위이다. 이 행위는 거울효과에 의해서만 즉 다른 소비자 속에서 자심의 모습을 비춰보거나 다른 소비자에 의해 자심의 모습을 보는, 그러한 반영 효과에 의해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르페브르의 관점으로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화가와 그의 모델> 작품을 읽는다


피카소 그림.jfif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화가와 그의 모델>


p250 파블로 피카소! 당신은 현재 가장 위대한 예술가이고, 세계 전체에 알려져 있으며, 칭송받고 있다. 당신은 영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 사람들이 당신의 천재성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고 정말 생각하는가?

p250 파블로 파카소,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한 개인 속에 실현된 상상의 박물관이다. 당신은 한 세계를 마감했다. 여기 당신 앞에 해체되고 망가져 산산조각이 난 수세기가 있다. 참으로 멋진 속임수의 놀이이다. 당신은 인생의 말년에 정상에 도달했다. 그것은 당신의 주제, 곧 <화가와 그의 모델>이라는 주제를 당신이 이해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피카소의 작품과 우리들의 ‘사이’에 존재하는 미학적 언어들, 신비화된 기호들을 소비한다. 이는 작품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서 힘든 길로 인도함을 의미하며 일상의 위로 선회하고 마침내 잊어버리게 할 수 있음을 르페브르는 말한다.


p332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고유의 존재를 믿거나 또는 그것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들에게 그것을 금지하지 않지만, 그들은 스스로 그런 일을 금한다.


일상은 매일의 삶이다, 반복되는 일상을 현대인들은 보잘것없는 것으로 가장 지겨워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놓칠까 봐 불안해한다.


따라서 르페브르는 현대사회에서의 일상생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상성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일상생활이야말로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영역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 ‘이 순간’은 없다. 마찬가지로 오늘과 같은 내일도 없다. 오늘 속에는 수많은 다름과 차이가 있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 차이를 발견해내는 것, 우리의 삶을 스스로 창조적이고 예술적으로 조직해내는 것이 일상 예술가의 첫 발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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