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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제 본느 Jun 22. 2020

재계약을 할 것인가 퇴사를 할 것인가

2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6개월 남았다'


나에게 약속했던 2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나에게 약속한 시간들을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남편은 나의 살림 솜씨와 육아 방식을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그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의 불만족이 새어 나온다. 그는 만족을 모르는 사람인가. 그러나 상관없다. 나는 앞으로 내가 살길을 찾을 테니.


"전세 1억 이하"
"월세, 방 1"


내 감정이 힘들고 지치는 날에는 어김없이 검색창에 아이들과 살 집을 알아보며 나를 위로했다. 기왕이면 내 버킷리스트인 제주도에서 살기를 아이들과 해볼까 생각하며 설레는 맘으로 집을 알아봤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낮에 친정 엄마께 아이를 잠시 맡기고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도 있고, 여유롭지 않은 생활비를 열심히 모아서 비상금을 아주 조금 모아놨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얼마 안 되는 전세금 중에 일부는 남편이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조금은 주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직종, 교육. 근무 형태, 파트타임'

집을 알아보며 근처로 직장도 알아보면 설레던 마음이 저기 지하 3층 땅 밑으로 금세 사그라들었다. 4살 5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풀타임으로 일하기에는 내가 자신이 없었고, 파트타임으로 일하기에는 월급이 너무 작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나의 미래 계획을 세우다 지쳐 잠들었다.




"애들 반찬 좀 만들어. 맨날 애들이 반찬도 없이 밥을 먹으니 편식을 하지"


또 시작이다. 애들이 야채를 안 먹으면 매번 저 소리. 지긋지긋하다. 그러나 따로 변명을 하지는 않았다. 첫째가 유치원에 간 사이 둘째를 데리고 가서 반찬 가게에 들렀다. 남편 반찬 두 개와 아이들 반찬 네 가지를 샀다.


"4만 2천 원이요"


나물 몇 가지와 샐러드인데 뭐가 이리 비싸. 몇 개 뺄까 고민했지만 그냥 샀다. 곧 첫째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다. 아직 도서관에 책 반납도 못했고, 빨래도 개지 못했는데 저 반찬까지 내가 만들기엔 시간이 없었다. 남편이 반찬을 원했으니 오늘 저녁은 그의 소원대로 반찬 풍성한 식탁을 채워주자.  


"반찬을 샀어? 너 생활비 준지 얼마 안 됐는데 설마 다 쓴 거 아니지?"

"얼마 안 남았지. 지난달에 애들 옷이랑 신발 다 작아져서 산거 카드값이랑 나 케이크 만드는 거 수업료 내느라고 얼마 안 남았어"

"이번 달 우리 마이너스야. 2주나 남았는데 어쩌려고 그래? 그리고 카드 그만 자르라니까. 너 아르바이트비 언제 들어와. 그거 들어오면 바로 입금시켜. 그냥 내 계좌로 받으라니까? 네가 받으니까 관리가 안되고 다 써버리는 거야"


가사 노동에. 육아 노동에. 내 아르바이트비까지 그는 원했다. 나는 돈 관리 못하고 다 써버리는 여자라고. 숨이 막혀서 미칠 지경이었다.


나의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듯했다. 아이들이 떼를 쓰고 울면 들어주지 못하고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너희들은 왜 매일 떼를 쓰냐고. 4살 아이와 5살 아이가 장난감으로 네 거 내 것 다투면 그 장난감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싸우면 다 버려버릴 거라고. 멀쩡한 장난감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니 아이들은 오열하며 울었다. 그 우는 아이들보다 내가 더 크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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