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독한 계획주의자였다네
삶의 뒤안길에서 서성이다 보니
내가 이룬 것은 풀 한 포기보다
제때인 것이 없었네
어떤 모양으로든 누군가의 바람이었던
달이 되어보고 싶어 지네
내 몸을 깎아 초승달도 되어보고
한껏 수그려 반달도 되어보고
숨을 있는 대로 들이마셔 푸근한 보름달로
거듭나고 싶어 지네
나는 가자미 눈을 하고 발걸음을 내디뎠네
사팔뜨기의 우회와 떠돎으로
발길은 물살에 휩싸여 흔들리고
바싹 볕에 말라 목마르기도 했네
이른 빗방울에 따져 묻지 않고
늑장인 햇살에 조바심 내지 않는
풀과 달이고 싶네
계획주의자로서의 에두름은 끝나고
결국 급류에 몸을 맡기네
거기에 닿고 싶지 않았는데
아래로 조금만 더 가고 싶었는데
풀처럼 찰방찰방
그저 씨 뿌릴 수밖에
나는,
자꾸만 풀과 달이고 싶어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