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풀꽃 상여

by 주부맥가이버

자신의 본분을 다한 것들이

세계에서 사라진다

살아가는 동안의 쓸모가

존재하지 않았던 듯 사라지면

소리 없는 장례가 치러진다

잘려나간 동그란 몸통

풀꽃들은 일어나 상여를 둘러매고

어이야 어이야 어이야 어이야

그들은 속살로 운다

동그랗게 몸을 말아 상여를 이고

무더운 바람에 한번 따가운 장대비에 한번

그들은 속살로 운다

외로운 문상객 하나가 묵념하니

풀꽃들아

길 가는 내 발밑에 툭툭 걸려

너희는 나에게 최선의 쓸모를 다했다고

나의 쓸모를 일깨워주었다고

오늘을 너희처럼 값지게 살아야겠다고

꼭 그래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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