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속 터미널에서

by 주부맥가이버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곳

고속 터미널에서는

운명이 타고 내린다

고속버스에는 사람의 生이

광속으로 실리기 마련이다

여기 어머니 돌아가신 분이요?

이런, 어서어서 타세요

또 첫사랑에게 호되게 채이신 분 계시죠?

예, 예 울지 마시고 조속히 탑승 바랍니다

어머,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로 실려갔군요!

우선 탑승권을 드립니다 빠르게 모셔다드려야죠

빵, 빵 우리 버스는 곧 고통역을 시작으로

부정역

분노역

협상역

우울역을 거쳐

종착역인 수용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버스를 타고 계신 동안

맘껏 노여워하시고

버럭 성질도 내시면서

자신의 마음과 잘 대화해 보시길 바랍니다

조금 마음이 울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종착역인

수용역에 안전하게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저기 저기 손수건이 젖도록 어깨를 들썩거리시는 분

오늘이 생애 첫 이별이신가 보군요

가장 빛날 때 좋아해 놓곤 가장 비참할 때 버린

그 자식을 용서하지 마세요

우리의 종착역인 수용역에 도착하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그 이별이 아가씨에게 얼마나 큰 선물이란 걸 말이에요

여기는 그런 곳입니다

여기는 고속 터미널이거든요

힘내요 아가씨

힘내요 아저씨

힘내요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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