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천한 곳에 거룩함이 있다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그렇다면 거룩한 곳은
다름 아닌 발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걸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서
문장에 턱턱 걸려 넘어지는데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결국
그 무엇도 아닌 발이었습니다
첫사랑에게 버림받아 흔들려도
갈지자로 걸어준 이가 바로 발이었습니다
나는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첫 애가 보채 밤을 지새워도
발등 위를 요람 삼아준 이가 바로 발이었습니다
나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사고로 실려갔어도
뒤도 안 보고 날아간 이가 바로 발이었습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비루함을 견디는 일
나를 대신하여 관통한 이가 바로 발이었습니다
나는 가장 높이 올랐습니다
거룩한 그곳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