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발

by 주부맥가이버


가장 비천한 곳에 거룩함이 있다고


누군가 말하더군요


그렇다면 거룩한 곳은


다름 아닌 발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걸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서


문장에 턱턱 걸려 넘어지는데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결국


그 무엇도 아닌 발이었습니다


첫사랑에게 버림받아 흔들려도


갈지자로 걸어준 이가 바로 발이었습니다


나는 넘어지지 않았습니다


첫 애가 보채 밤을 지새워도


발등 위를 요람 삼아준 이가 바로 발이었습니다


나는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사고로 실려갔어도


뒤도 안 보고 날아간 이가 바로 발이었습니다


나는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비루함을 견디는 일


나를 대신하여 관통한 이가 바로 발이었습니다


나는 가장 높이 올랐습니다


거룩한 그곳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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