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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17. 2023

[시] 감

어느 날 발밑 툭 떨어진 땡감 하나

집에 가도 자꾸 눈에 밟혀

낯선 밤길 걸어 주워 왔습니다


냉수 한 사발 같던 

떫고 단단한 땡감


어느 날 안팎으로 자꾸 굴리다 보니

허연 분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밖으로 돌던 땡감에

따순 입김도 불어보고

젖가슴에 품어도 보고

반질반질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갓 지은 밥공기 같던

달고 준득한 곶감


끙끙 앓는 땡감이

곶감이 되려나 보다 했는데


어느 날 밤 아주 조용하게

곶감은 몰랑몰랑

홍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야들야들 아기 속살 같던,

부드럽다 못해 무른 홍시


터질세라 

그 등의 진물을

무시로 닦아 주었습니다

그날 밤 

내 손등의 눈물을 가만히 받아 적었습니다



© ricardol,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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