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발밑 툭 떨어진 땡감 하나
집에 가도 자꾸 눈에 밟혀
낯선 밤길 걸어 주워 왔습니다
냉수 한 사발 같던
떫고 단단한 땡감
어느 날 안팎으로 자꾸 굴리다 보니
허연 분이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밖으로 돌던 땡감에
따순 입김도 불어보고
젖가슴에 품어도 보고
반질반질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갓 지은 밥공기 같던
달고 준득한 곶감
끙끙 앓는 땡감이
곶감이 되려나 보다 했는데
어느 날 밤 아주 조용하게
곶감은 몰랑몰랑
홍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야들야들 아기 속살 같던,
부드럽다 못해 무른 홍시
터질세라
그 등의 진물을
무시로 닦아 주었습니다
그날 밤
내 손등의 눈물을 가만히 받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