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선코를 가진 칼이 허공에서 찡한다
쇠기둥에 자신의 몸을 갈아
수백 년 전 가장 낮은 곳의 백정들처럼
가장 높은 곳의 귀인들이 잡숫는 고기는
고기를 만지는 이들의 살과 다름 아닌
숭덩숭덩 잘려나간 모락모락 뜨건 김 뿜어내는
여자는 선홍빛 고기와 겹쳐져
빨강 립스틱은 쥬시 후레시를 따닥따닥 굴리던
백정처럼 긴 머리를 스프레이로 매만져
고기를 팝니다
여자의 엄지발가락은 쇳덩이에 뭉개지고
가출했던 뼛조각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쯤
목장갑은 자꾸만 붉은빛으로 흐느끼는데
분주한 칼질은 뽀얀 빛으로 꿈꾼다
아무리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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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큼한 고기 냄새에 반갑게 안기며
바닥에 쩍쩍 달라붙던 운동화가 신음할 때쯤
돼지 입을 가진 여자는 자꾸만 돼지를 잡는데
가장 낮은 곳에서 반찬이 없다며
가장 높은 곳으로 달달달 볶으며
날렵하게 청바지에 부츠를 신은 칼날은
빨강 립스틱 짙게 바른 선홍빛 소고기는
포동포동 자라난 뽀얀 빛으로 꿈꾼다
칼날을 더 휘두를수록
장갑이 더 흐느낄수록
아무리 슬퍼도 탈이 나지 않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