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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17. 2023

[시] 위풍당당

너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가난을 머금고 있을 때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불숙을 굴리고 있을 때

너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광명을 뽐내고 있을 때

미끈한 너의 발뒤꿈치에 빛나는 꼬리

사는 것이 말처럼 미끈하지는 않더라 

나와 그가 등과 등을 사이에 두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미소를 지으며 손차양을 만들어주던 그가

삶이 자꾸 나의 등을 떠밀면 손톱달에게 빌었지

너도 꼭 우리처럼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위풍당당하게

너를 부여잡고 울면

자불자불 옆에서 함께 끓어오르던

영원히 미완성이던

우르르 무너져 내리던

달리던 세월이 어느새 모래성을 쌓았나

우리는 꼭 서럽지만은 않았지

위풍당당하게

이제 너는 멀리 가네

우리가 그린 상처의 무한 궤적은

언제나 에둘러 찾아왔지만

그것은 결국 나를 낳았네

너처럼 내처 달리면 되는 것이라고

뚝뚝 떨어져 너와 나를 녹이던 것들과

묵묵히 저항하고 대면하면서 그렇게

위풍당당하게 


15년 차 위풍당당 NF소나타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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