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쭙잖은 시절의 등에 업혀요
어찌나, 미끈한 소주가 헤실바실하던지요
풀밭에 우리들의 영혼을 흩뿌려놓으면
막걸리가 저어기서 기어 오네요, 축지법으로
우리들은 곧 사건을 일으킬 거예요
너와 내가 손잡고 개가 되던 시절
어떤 것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던
어떤 곳도 맘대로 닿지 않던
어설픈 모과들이 울퉁불퉁 체취를 그려요
우리에겐,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서투른 날들의 어깨에 기대요
어찌나, 어지러운 연민의 밤이 수런수런하던지요
실컷 마시고 삼십육 점 오 도씨의 오물 쏟고 나면
살갗과 거죽 사이의 벽이 무너져요, 십구금으로
우리들은 곧 역사를 비틀 거예요
너와 내가 합쳐져 숨소리마저 눈 뜨던 순간
비틀거리며 갈지자로 쫓던 연인의 발뒤축을
비실거리며 눈 감고 더듬던 연인의 혓몸을
애젊은 술병들이 잘방잘방 도리를 다해요
우리에겐,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날 선 시간의 궁둥이에 파묻혀요
어찌나, 그 밤의 추락이 어룽어룽하던지요
고운 길 위에 그 청년의 앞날이 맥없이 쏟아지면
기억은 끝까지 본분을 다할 테지요, 영원불멸로
우리들은 아무도 술을 끊지 못할 거예요
달밤 중천에 뜬 그의 찰나가
단단히 구름다리로 연결될 테니까
촉촉이 여우비로 물들 테니까
딱지 앉은 젊음이 주렁주렁 열매를 달아요
우리에겐 정말이지,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정지아 작가의 첫 에세이. 제목에 이끌려 홀연히 집으로 뫼셨습니다. 책을 다 읽지도 않고 제목을 업어다가 시를 지었습니다. 캬,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