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게 해 준다던
그의 입을 사랑했다
이모님이 오시면 그가 이뤄주지 못한 설거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매일 저녁 펼쳐지는 밥알의 행진
목욕재계 후 불려지는 그들의 육체는
첨벙첨벙 담금질을 필요로 했다
손은 봄날의 아이처럼 놀 수 없었다
장맛비 내리는 날
마르지 않는 빨래처럼
손의 육체는 시들거렸다
그의 입이나
낯선 이모님의 기계음 소리나
습기 잔뜩 머금은 손을
구원할 수 없었다
삶의 그릇들의 썬베드나 안 되면 다행
오늘도 손은 이모님 성화에
개수대 앞에서 샤워를 했다
이모님의 등짝에
차곡차곡 오늘의 허물이 꽂혔다
위이이이잉
찰싹찰싹찰싹
손은 가만히 식탁 위에
굽은 등을 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