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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식기세척기

by 주부맥가이버

같이 살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게 해 준다던

그의 입을 사랑했다

이모님이 오시면 그가 이뤄주지 못한 설거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매일 저녁 펼쳐지는 밥알의 행진

목욕재계 후 불려지는 그들의 육체는

첨벙첨벙 담금질을 필요로 했다

손은 봄날의 아이처럼 놀 수 없었다

장맛비 내리는 날

마르지 않는 빨래처럼

손의 육체는 시들거렸다

그의 입이나

낯선 이모님의 기계음 소리나

습기 잔뜩 머금은 손을

구원할 수 없었다

삶의 그릇들의 썬베드나 안 되면 다행

오늘도 손은 이모님 성화에

개수대 앞에서 샤워를 했다

이모님의 등짝에

차곡차곡 오늘의 허물이 꽂혔다

위이이이잉

찰싹찰싹찰싹

손은 가만히 식탁 위에

굽은 등을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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