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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06. 2023

[시] 목줄이 운다


자본주의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


책상다리에 연결된 목줄에 목이 매여있다


아이는 저녁노을이 어스름해질 때까지


유리창에 고개를 빼고 엄마를 그리워한다


여자는 해가 집으로 가면 목줄을 슬며시 빼놓고


지하철 환승 구간을 육상 선수처럼 뛴다


종일 심장을 휘젓던 아이의 웃음꽃을 떠올리며


빛의 속도로 육체를 굴린다



아이가 첫 학교를 가던 날


엄마의 목줄이 봉인 해제되던 날


엄마는 책상다리에서 식탁다리로 


다시 목줄을 휘감는다


저만한 책가방을 등에 업고 아이들이 쏟아져 나온다


엄마는 밥 한술 뜨지도 못한 채 


학교 앞까지 내달려 다시 육상 선수가 된다


해가 가장 빛나는 시간 정오처럼


엄마와 아이의 해후는 짧고 강렬하다



자본주의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


아이를 키우려면 돈다발이 필요한데


그것은 아이와의 이별을 종용한다


식탁 다리에 목줄을 매었다가 풀었다가


낡은 목줄을 가만히 쓰다듬는다


한나절의 작별보다 반나절은 얼마나 찰나인가


엄마의 목줄은,


여자의 목줄은,


꺼이꺼이 밀린 울음을 토해낸다


목줄은 여자를 키울 수 없다


식탁 끄트머리에 앉아 


엄마의 목줄은,


여자의 목줄은,


목줄이 섧게 운다 




큰 애 초1 엄마로 열과 성을 다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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