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네모난 상추

by 주부맥가이버


식탁 위에 네모난 상추가 자란다


자고 일어나면


거푸거푸 싱그런 떡잎을 키우며


똑똑 배불리 따먹고 따먹어도


알록알록 각진 상추가 자란다


상추 이파리에 쓰인


마음을 굴리는 이야기들은


졸고 있는 사람의 혼을 때때로 깨우는데


겹겹의 잎사귀 사이로 배어 나오는


하이얀 검은 선율의 진액은


사람을 연신 잠들게 만드는데


식탁 모서리에서 꾸벅꾸벅


상추 귀퉁이에서 꾸뻑꾸뻑


취침하는 사람은


놀라운 상추의 생명력에


결코 염원하는 세계로의 진출로부터


멀어지지 않는다


식탁 위에 네모난 상추가 거듭 자란다


사람은 떨어지는 눈꺼풀을 걷어올리며


자신의 활자를


상추처럼 키운다


꿈결같이,


네모반듯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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