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건강의학과 멀고 먼

병원 가는 게 이렇게 힘들 일

by 어떤사람

병원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바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신랑부터 시작해서 가까운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했다. 병원 이야기를 꺼냈을 때 신랑의 거부감은 의외였다. 아이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해 주는 사람이었으나, 신랑은 내가 병원 방문을 결심하게 된 아이의 특징들이 자신을 향하는 비난이라고 생각해 거부감을 가졌다. 친정 부모님께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부모님은 나의 유난스러움을 탓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하셨다. 겉으로 내보이는 이유는 신랑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나 엄마의 유별남이었지만 사실 깊은 곳에서는 '정신과'라는 심리적 거리감과 부담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근은 '정신건강의학과'라고 하지만 속칭 '정신과'라고 불리는 이 진료 과목에 대해 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인식이나 거부감은 부인할 수 없다. 정신과도 감기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아프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상담이 사람들의 내면을 더욱 건강하게 한다는 의식 교육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정신과 방문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나 역시도 심리 상담이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고 눈치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식인처럼 말하는 사람이었지만, 엄마로서는 아이의 정신과 진료를 쉽게 오픈하기 어려움을 알고 있다.


아주 오랜 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시절부터 나는 오은영 선생님을 좋아했고, 존경했다. 아이를 키우고부터는 1 가정 1 오은영이 필요하다고,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 '금쪽같은 내 새끼'를 신청하고 싶다고도 생각했다. 그런 오은영 선생님의 진료를 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어렵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아이의 상담을 위해서 병원을 찾으려고 할 때 오은영 말고는 딱히 정보가 없었다. 그나마 방송을 통해서 알려진 선생님 중에서 또 그나마 네이버 예약을 통해서 가끔 취소 분이 생기는 자리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래서 신랑과 상담 방문이 합의가 되었을 때 매일 밤 이 취소분 자리를 검색하고 예약해서 그 주에 바로 상담을 진행했다. 초진 상담이라고 해봐야 고작 30분이 전부였고, 그 후로 검사까지 1달, 결과 상담까지 다시 거의 1달 보름이 걸렸다. 마음 같아서는 초진 보고 금방 검사하고, 금방 결과를 알고 하면 좋을 텐데 워낙 상담이 많다 보니 초진부터 결과를 알기까지 거의 석 달이 걸렸다. 그런데 문제는 결과 상담 이후였다. 결과 상담에서 아이가 조용한 ADHD라고 하셨고, 혼란과 절망에 허우적거리다가 문득 '아,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확인을 해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진짜 문제가 시작되었다.


먼저 서울에서 친정 근처에 있는 대학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즈음 서울대학교 병원에 김붕년 교수님도 유퀴즈에 출연하셨던 것을 봤고 책이나 카페를 통해서 대학 병원의 유명 교수는 예약하기도 힘들고 대기도 길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메이저가 아니면 그나마 낫겠지라고 생각했다. '2023년은 예약할 수 없고 2024년 상반기는 가능한데 예약해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일단 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아이의 상태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기에 사는 곳 근처의 소아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곳은 강원도 소규모 지역으로 소아정신건강의학과는 언감생심, 그냥 정신건강의학과도 없다. 그나마 가까운 시에 소아정신건강의학과가 운영되는 병원이 있고, 나는 당연히 예약이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전화를 했는데 2023년 예약은 모두 완료되었고, 2024년도 대기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했다. 서울은 그렇다 치고 지방까지? 내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거였다.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다른 병원에 전화했지만, 의사가 없어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보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는 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이게 지방의 현실이었다.


포기할 수 없어 그냥 정신건강의학과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했는데 이번 달 예약은 모두 완료되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어서 답답하고 막막했다. 그 후 월 초에 선착순 전화 예약을 받는다는 곳에 선착순에 들지 못하고 어렵게 사정을 설명하고 취소 자리를 예약해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았다. 필요할 때, 필요한 순간에 진료를 볼 수 없다는 막막함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내 일이 아니고 자식의 일이었기에 더욱더.


우리에게 유예의 시간을 주기로는 했는지만 그래도 한 번은 전문의를 더 만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욕심인 걸까? 관점과 범위에 따라서 의사마다 달라질 수 있는 진단이기에 나와 아이와 맞는 의사를 찾고 싶은 것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 것이 맞나? 이후에 그래도 진단을 잘한다고 알려진 병원들을 알아보고(메이저의 대학병원들은 정말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중에서 그래도 매달 초 네이버를 통해 예약의 기회라도 있는 곳에 매번 도전을 하고는 있다. 그러나 정말 0.1초 만에 마감되는 예약 스케줄을 보면서 과연 예약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지, 우리에게 기회가 오기는 할지, 매달 허망함만 쌓이고 있다.


요즘 소아과 오픈런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우리도 예외 없이 오픈런이다. 소아과가 없는 지역이기에 잠도 안 깬 아이를 안아 차에 태우고 1시간을 넘게 달려 가도 첫 순서로 진료를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런데 소아과뿐이 아니다. 소규모 지역에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대기로도 예약이 어려울 만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나 많은데..... 여전히 진행 중인 우리의 예약 전쟁에서 과연 나는 승리의 깃발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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