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안핏마라톤을 열다
5월 3일 여성 마라톤 10km.
원래 우리가 회원님과 함께 나가려고 했던 마라톤이다.
홍보글을 올리고, 10km를 뛰어본 적이 없는 분들도 뛸 수 있게끔 매주 토요일마다 3km, 5km, 7km... 점차 거리(키로 수)를 늘려가며 정기 러닝도 계획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런데...
모집 마감을 한 뒤 단체 참가 신청 접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동공이 흔들렸다.
‘모든 참가 티켓이 소진되었습니다.’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줄을 붙잡고 동업자와 긴급 회의를 했다.
결국, 우리가 마라톤을 직접 열어 보기로 했다. 까짓꺼.
물론, 실제 마라톤처럼 도로를 막거나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달릴 수는 없을 것이다.
나와 동업자 단둘뿐이라 인력도 부족하고, 우리에게 남는 물질적인 이익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 보기로 했다.
애초에 우리가 마라톤에 나가려 했던 목적은 회원님들과 함께 달리고, 누구나 10km를 완주할 수 있다는 그 경험을 심어 드리고 싶었던 거였으니까.
그렇게 마라톤 전날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했다.
10km 코스 답사도 다녀오고, 완주 메달도 주문 제작하고, 온라인 기록증, 간식, 배번표, 굿즈 양말까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준비했다. 한 가지만 빼고.
날씨였다.
많고 많은 날 중에 하필, 토요일에 비 소식이 있다는 거다.
그것도 오전에.
안핏마라톤은 오전 8시부터인데.
속상했다. 하지만 날씨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폭우 수준이 아니고서야 웬만한 마라톤도 우천 시 정상적으로 진행하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진행했다.
날씨도 도와주지 않고, 이런 준비 과정 또한 모두 처음이었기에 여러모로 심란하고 속상했다.
가뜩이나 할 일도 많아서 둘 다 밤늦게 퇴근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동업자 어머님, 회원님 한 분께서 안핏으로 와주셨다.
두 분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달음에 와 주신 그 마음이 참으로 따듯해서 고마웠다.
그렇게 새벽 늦게 퇴근해서 몇 시간 눈 감았다 뜨니, 어느새 마라톤 당일이 됐다.
감사하게도 동업자가 어머님과 함께 아침 일찍 안핏에서 짐을 챙겨 여의나루역까지 와 주어서 같이 짐을 옮겼다. 여전히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러너스테이션에 있는 날씨 예보도 이렇게 말했다.
“러닝하기 어려운 날씨!”
시간 맞춰 도착하시는 회원님들과 함께 러너스테이션의 스트레칭존에서 몸을 풀고, 간단한 웜업을 했다. 웜업하면서도 다들 이 날씨에 뛰어도 될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날씨가 이런 우리의 마음을 눈치라도 챘는지, 8시 30분부터 비가 조금씩 그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9시쯤 나가보니 정말 비가 거의 그쳤다. 비록 기온은 조금 낮았지만 웜업도 해둔 상태였고, 뛰다보면 몸에 열이 날 테니 오히려 뛰기에 좋은 날씨였다.
우리가 달릴 코스는 여의도공원의 고구마새싹 10km 런코스였다.
(코스대로 달리다 보면 고구마에 새싹이 난 듯한 모양이 되어 고구마새싹 런코스라고 불린단다.)
마침 비가 온 덕분에 공원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I(내향인) 유형이 많은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달리는 인원은 총 다섯 명이었다. 그중에 10km 완주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딱 한 명이었다.
그래서 키로 당 7~8분대 페이스를 유지하며 최대한 천천히 달렸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무사히, 부상 없이 완주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다행히 모두 잘 따라와 주셨다.
비도 그치고, 공원에 사람도 없고, 기온도 적당했지만 우리가 함께 10km를 완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동업자 다빈코치님의 스텝 역할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달리기 시작한 뒤, 다빈코치님은 따릉이를 타고 우리 주변을 외로이 맴돌다 약 5km 지난 뒤부터 중간중간 노점상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처음 구간에서는 앉은뱅이 책상 위에 이온음료와 소금물을 따라 둔 뒤 복불복을 했다.
회원님 한 분과 내가 소금물에 당첨되었다...(부들부들)
다행히(?) 다음 구간에서는 복불복 없이 멀쩡한 이온음료만을 준비해두었다.
그런데 아무리 우리보다 빠르게 가 있으려고 해도, 따릉이라서 속도가 그닥 나지 않는 관계로 우리가 속도를 조금 늦춰 주었다.
모두의 배려로 다빈 코치님의 이벤트를 더욱 더 즐길 수 있었다. (^^)
반환점 구간에서는 다빈코치님이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 나도 이 부분은 몰랐던 부분이라 뭔가 싶어서 자세히 보니, 핸드폰에 반환점 이미지를 켜 두었더라. (ㅋㅋㅋㅋㅋ)
10km는 경험이 없으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평소에 달리기를 좋아하거나 본인의 체력 수준이 좋다면 쉬울 수 있겠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정말 힘들다.
특히 5km가 넘어가면서부터는 고비가 빠르게 찾아온다.
그런 위기의 순간들을 다빈코치님의 노점상 이벤트(?) 덕분에 회원님들께서 그나마 덜 힘든 상황에 놓일 수 있었지 싶다.
우리가 달렸던 여의도공원 코스 또한 우리가 계속 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매번 똑같은 코스거나 익숙한 환경은 오히려 지루해질 수 있다. 이번 코스는 모두에게 처음이었고, 비 온 직후라 미세먼지, 꽃가루도 없어서 공기도 너무 좋았다.
마지막 8~9km 정도 달렸을 때에는 모두 힘들어하긴 했어도, 이전 정기 러닝 때 성북천에서 7km 달렸을 때보다는 훨씬 달릴 만 했다며 모두가 신기해했다.
함께 달리는 분위기, 달리기 딱 좋았던 날씨와 새로운 환경, 우리 말고 거의 아무도 없었던 여의도공원, 그리고 다빈코치님의 소소한 이벤트까지.
아마 혼자였다면 힘들었겠지만, 함께라서 가능했다.
초반에는 이 날씨에 어떻게 달리냐며 걱정했던 분들도 막상 달리고 나니 너무 만족해하셨고, 내년에도 또 함께해 주신다며 흔쾌히 말씀해 주셨다.
“생각보다 할만했다.”
이 말을 들으니 그동안의 두통이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마라톤 전날까지만 해도 평소에 없던 두통이 가득했는데.
모두 이 궂은 날씨에도 참여해주시고,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저희가 더 많은 걸 얻어가네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