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좋아한다면, 그대로 달려가

by 오 지영

여름이 가고 있다. 분명 한 달 전만 해도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우거진 나무 사이로 매미가 힘차게 운다. 며칠 내내 내리던 비는 세상을 어지럽히고, 오늘은 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창가 사이로 햇빛이 내리쬔다. 여름밤 내음이 코를 간지럽히고, 습한 기운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여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밝고, 햇빛처럼 따가울 정도로 청량하고, 눈부신 사람. 나는 스스로 겨울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친구들은 봄이 되면 내 생각이 난다고 연락을 해왔다. 너의 계절이야, 하며. 그래서 알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보여지는 모습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 괴리를 두고 나는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누군가에게는 봄 같은 가면을 쓰고 대했기에, 누군가에게는 겨울 같은 가면을 쓰고 대했기에 상대방이 보는 모습이 달랐을거라고. 세상에 가면을 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가면을 나쁘게 생각하지도, 괴리감에 의문점을 갖지도 않는다. 내가 겪어온 모든 것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변화에 적응하려 애썼던 내 모습이, 내가 모든 계절을 담을 수 있게 만들었다. 나는 봄이 될 수도, 여름이 될 수도, 가을이 될 수도, 겨울이 될 수도 있다.


나 역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묻고는 했다.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계절을 통해 사람을 보는 게 좋았다. 내 멋대로 마구 편견을 쌓았다. 봄이 좋다면,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이제 막 피어나는 목련처럼, 사랑스럽겠구나. 여름이 좋다면, 싱그러운 사람이구나. 한여름의 숲에서 들리는 바람소리 같은. 가을을 좋아한다면, 따뜻한 커피가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겨울을 좋아한다 하면, 그대로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다. 어쩌면 당신도, 모든 계절을 담고 있다는 것을 가끔 잊고 산다. 해맑은 아이 같은 웃음 뒤에 어떤 그늘이 있는지 차마 헤아리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있다. 봄 같은, 또 여름 같은 당신에게 손 시린 겨울이 오면, 내가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기회가 있길. 그대로 달려가 안아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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