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소설 I 여름 지나 봄 I 02

part1. 여름

by 오 지영

part1. 여름


<새봄>


“그건, 리시안셔스예요. 예쁘죠. 이것도 섞어 드릴까요?”

“누구에게 선물하시는 거예요? 받는 분 좋으시겠다.”

“좋은 선물 되세요.”


오늘도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다. 전공은 꽃과는 전혀 무관한 불문과였다. 왜 그런 과를 갔는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꽃집을 연 것도 의문이었다. 인생 자체가 의문투성이였다. 취미로 친구들과 꽃꽂이 클래스를 다녔다. 배우다 보니 친구들은 다 그만뒀는데 새봄만 계속하고 있었고, 정신 차려 보니 전문가반을 다니고 있었다. 꽃을 좋아하니 꽃에 둘러 싸여 하루를 보내면 행복할까 싶어 연 곳이었는데 이게 웬걸, 꽃보다는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 애를 먹는 새봄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묻지 않아도 될 것을 묻고, 웃고 싶지 않아도 웃으며 진을 뺐는지 모른다. 오늘도 여자 친구 혹은 부인에게 선물하겠다고 많은 남자들이 꽃을 사 갔다. 설레는 표정은 덤으로 보이고 갔다.


지난봄, 새봄은 준우와 헤어졌다. 꽃이 한창 예쁜 계절이었다. 준우는 새봄에게 지쳤다고 했다. 여전히 좋아하고, 아끼지만 더 이상 새봄을 돌보는데 모든 시간을 쏟을 수 없다 했다. 그중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말은 아이 같다는 이유였다. 쏟아지는 이별의 말을 들으며 새봄은 억울했다.


“너는 내 아이 같아. 이게 얼마나 벅찬 마음인지 너는 모를 거야.”


그 말이 좋았다. 그래서 더 아이같이 행동했었나. 마음이 작아지거나 상처받는 일이 생기면 준우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그럴 때마다 준우는 늘 새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었다. 185cm 되는 키에 겨우 158cm인 작은 새봄이 안기면 준우의 가슴팍에 머리가 닿았다. 괜찮아, 오늘도 잘 버텼어, 토닥이는 그 손길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새봄이 말하는 모든 투정이 좋다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도와줄 수 있어 기쁘다 했다. 자신이 위로가 되는 것 같아 행복하다 했다. 그런데 이별의 순간에는 너무 아이 같아서 헤어진다고 했다. 어떻게 사랑하는 이유가 헤어지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새봄은 이해할 수 없었다.


헤어진 뒤 준우에게 3번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는 하지 못했다. 알지 못하는 목소리가 들릴까 무서웠다. 준우는 가끔 화나면 낮고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럴 때마다 낯선 사람 같았다. 첫 번째 메시지에는 그만하라는 답장이 왔고, 그 후에는 답장도 오지 않았다. 헤어진 사람을 붙잡고 계속 연락하는 것조차 아이 같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고나서야 새봄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정리를 하고 문을 닫고, 가게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언니, 아아요. 큰 걸로.”


자연스럽게 주문을 하며 들어가 바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팔 한쪽을 뻗어 머리를 기댔다. 소윤이 원두 정리를 하며 오늘 힘들었냐 물었다.


“몸은 안 힘들었는데, 마음은 조금요.”

“우리 디카페인 원두 들였어. 그걸로 줄게. 지금 커피 마시면 잠 못 잔다?”


소윤의 말에 새봄이 피 소리를 내며 살짝 웃었다.


“언니는 쓸데없이 너무 다정해.”

“쓸데없이 다정한 게 어디 있어? 다 쓸데 있으니 다정한 거야. 얼마나 좋아, 다정한 거.”

소윤이 엎드려 있는 새봄의 머리를 살짝 쓸었다.


몇 년 전 꽃집을 차리기로 결정한 뒤 준우와 이 주위 매물을 다 보러 다녔다. 겨우 이 옆집으로 정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이 카페에 들어왔다. 새봄과 준우가 커피를 기다리며 하는 대화를 듣고 소윤이 커피를 내어주며 말을 건넸다.

“꽃을 만지는 사람은 다 예쁜가 봐요.”


새봄은 그때 소윤이 남자였으면 아마 준우를 버리고 바람을 폈을 거라고, 나중이 되어 소윤에게 말했다. 소윤은 푸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다. 준우와 함께 지낼 때도, 준우와 헤어지고도 이곳에 왔다. 새봄이 꽃집 외에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디카페인 원두는 뭐가 달라?”

“디카페인용 원두가 따로 있지. 너는 별 차이 못 느낄걸?”


새봄은 시원한 커피를 반쯤 벌컥벌컥 마시고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오늘 왔던 손님 중에 노신사분이 있었는데 이 8월에 그 꽃을 찾으시는 거야. 근데 없어. 정말 어디 가도 없을 거거든. 근데 꼭 그 꽃이어야 한다고 하시는 거야.”


소윤은 새봄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 “감동이네, 그거.”하며 맞장구를 쳤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면 곪아버릴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소윤이 들어주었다. 사소한 이야기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고, 새봄의 선택을 응원해주고,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에 칭찬해 주었다. 언젠가 이런 고마움을 담아 소윤이 없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 고백하는 새봄의 말에 소윤은 말했다.


“아니, 너 혼자였어도 버텼어. 너는 버틸 수 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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