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5. 번외
Part5. 번외
<소윤>
“나는 할머니랑 살아.”
“나는 동생이랑 살아. 아빠는 일하느라 잘 못 들어와.”
하굣길에 우연히 나눈 대화가 우리를 결혼까지 이끌었다. 어릴 적부터 쌓아온 부모에 대한 결핍을 다행히도 우리는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채울 수 있었다. 대학에 들어간 뒤 우리는 더 불같이 사랑했고, 조금은 무모하게 졸업 후 바로 결혼했다. 가족은 할머니 밖에 없는 내게 또 하나의 가족이 생겼다. 가족이 늘어나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행복인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결혼하고 3년이 지났을 때, 남편은 암 선고를 받았다. 서른을 갓 넘긴 어린 나이였다. 평생을 쉬지 않고 바쁘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열심히 치료도 받아보았지만 계절이 몇 번 지나고 나니 나도, 그도 지쳤다. 할머니 외에 처음으로 가져본 나의 가족이었는데 왜 이렇게 빨리 뺏어가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괜찮다 응원하는 것, 병간호로 지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 괴로워도 괴롭지 않은 척 하루를 보내는 것은 생각보다 더 괴로웠다. 그가 고통스러워할 때마다 나 또한 고통스러워 우는 날이 많아졌다. 병원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 더 길어지자 그가 말했다.
“우리 소윤이 웃는 게 제일 예쁜데, 미안해.”
미안하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났다. 병으로 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참지 못하고, 누군가가 빼앗아 가기도 전에 먼저 죽음을 택했다. 그렇게나 소중했는데 지키지 못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지냈다. 아무것도 하지도, 웃지도 않은 채 3년이 흘렀다. 여전히 빠져나올 수 없었지만, 어렵게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그의 수목장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에 카페를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있고 싶어서. 그 이유 하나였다. 주변에 카페가 몇 개나 있는지, 사업성이 있는지 등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를 보내고 반 미쳐있는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 했더니 할머니는 선뜻 이 건물을 사셨다. 그리고 이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런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사랑을 주고받고 영원을 노래했던 시간. 그 모든 것이 무너지던 시간. 그래서인지 위태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 당신 앞에 놓아주는 것, 그리고 다정하게 인사하는 것, 이미 지쳐있는 당신을 더 지치지 않게 하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 계속해서 살게 하는 것.
민이가 그랬고, 지안이 그랬고, 새봄이 그랬고, 희나가 그랬다. 그리고 또다시 혼자가 된 소윤에게 민이가, 지안이, 새봄이, 희나가 그랬다.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