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by 오 지영




언제 안부를 묻나요. 그 사람이 궁금해져서, 또는 문득 떠올라서? 할 말이 있는데 운을 띄우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하루에 세 번 이상 안부를 묻겠죠. 밥은 먹었어?라고 물을 테니까요.


제 소설 <여름 지나 봄> 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상대가 밥을 먹었는지 궁금한 건 사랑이야. 인생에서 밥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어. 그치?”

“저녁은 먹었어?”

“뭐야, 같이 먹었잖아.”

“사랑한다는 말이야.”


저는 이 대사처럼 밥을 먹었냐고 굳이 물어보는 것은 진짜 밥을 먹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궁금하기보다는 상대가 오늘 밥을 먹을 시간이 있었는지, 하루를 잘 보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안부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우리의 소란스럽던 감정들은 작아졌지만 삶의 무게는 어쩐지 더 무거워졌습니다. 매일매일 쳇바퀴를 돌리는 일상을 보내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던 어린날은 사라진 지 오래고 누군가가 무거운 얘기를 털어놓아도 그 순간 걱정으로 끝내지 집으로 까지 가져오려 하지 않습니다. 무척 건강한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서글퍼질 때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안부를 자주 묻습니다. 매일 아침운동을 하는 친구에게 오운완? 이라 보내고, 전 직장 동료에게 요즘 회사는 별일 없어? 라고 묻습니다. 골치 아픈 일을 진행 중인 친구에게 밥은 먹었냐고 묻고,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 친구에게 오늘은 무엇을 먹었냐 사진을 보내달라 조릅니다. 연락이 뜸한 친구의 퇴근시간을 기다렸다 잘 지내냐 묻고, 오랫동안 SNS를 업로드하지 않는 친구에게 살아있냐고 DM을 보냅니다. 밤 산책을 하다 떠오른 친구에게는 달을 찍어 보내기도 합니다.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 되면 해외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합니다. 나보다 더 행복하게 보낼 친구지만 혹시나 한국이 생각날까, 조금이라도 그리울까 하여. 네가 있던 한국에서 나도 그립다 합니다. 그리고 이 안부들이 지쳐있을 때 제게로 돌아오면 또 나를 살게 합니다.


회사를 퇴사하면서, 친하지만 끝까지 말을 놓지 않은 동기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만났지만 친구니까, 종종 연락해요.”


나의 이 말에 동기는 아무 용건 없이 연락하는 것이 어렵다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노력해봐요. 라고 말하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가끔, 그 동기에게 연락이 옵니다. 건강검진을 했는데 충치가 나와 돈이 많이 깨졌다, 저번에 내가 말한 랜디스 도넛을 사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요즘은 무슨 책을 읽는데 그다지 재밌는지는 모르겠어서 추천은 못하겠다, 등의 연락이죠. 저는 이 연락 하나가 이 사람의 그냥이 아니기에 더 소중하게 받습니다.


잘 살고 있겠지,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잘 살고 있지 않아도 잘 지내라고 답하겠지만.


그래도, 네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어 하는 안부는 가끔은 누군가를 살리기도, 누군가를 웃게 하기도,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기도 합니다. 제가 말하는 안부의 의미가 너무 거창한가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무더운 여름에 서서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고 계신가요. 때 맞춰 식사는 잘하시나요? 마음을 해치는 소란스러운 일은 생기지 않았나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하려고 하던 일은 잘 진행이 되었나요? 무엇을 하던 건강해야지 할 수 있다는 말을 요즘은 실감합니다. 건강이 너무 중요한 나이가 되어버렸어요. 부디, 다음에 볼 때까지 건강하고 지금처럼 찬란하게 계셔주셨음 합니다. 이 계절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또 안부를 물을게요. 계절이 바뀌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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