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또는 배려

by 오 지영


나에게는 언니 하나, 남동생 하나가 있다. 이 가족 구성원은 내가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중 제일로 꼽는 것은 눈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한테 혼나지 않으려 눈치를 봤고, 뭘 모르는 남동생이 사고를 치면 자연스레 엄마 아빠의 눈치를 봤다. 언니가 사다 놓은 아이스크림을 꺼내며 “나 먹어도 돼?” 하고 허락을 받는 것, 언니 기분을 살피며 “이 옷 오늘 나 입어도 돼?” 하고 묻는 것, 엄마가 사과 두 개를 깎으면 내 몫은 몇 쪽이 되는지 생각하는 것. 우리 집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세 개를 깎아서 한 개씩 먹으면 되지 않냐고? 두 개를 깎아 나눠먹는 쪽이 더 맛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렇게 자연스레 탑재된 눈치로 살다, 가끔 눈치가 탑재되지 않은 인간들을 마주했다. 나는 원래 이래, 나는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지 않아, 눈치를 왜 봐, 하는 부류들. 처음에는 그게 어찌나 멋있어 보이던지. 저 사람들은 어떤 인생을 살았기에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일까, 사과 한 개를 다 먹는 삶이었을까, 매번 치킨 다리를 먹었을까, 누군가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는 삶일까,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는 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상처를 주지 않았음에도 상처를 받아오곤 했다.


같이 사는 세상이다. 타인이 없으면 내가 없고, 타인이 있는 이상 나 역시 누구에게든 몹쓸 인간이 될 가능성이 있는 세상. 눈치는, 남의 기분을 살피느라 내 기분이 어떤지도 모르고 마냥 작아지는 행동이 아닌 일종의 배려다. 너의 기분은 어때, 나의 기분은 괜찮은데, 너의 기분이 만약 좋지 않다면 나는 이 말을 안 할 수 있어, 이 것을 먹지 않을 수 있어, 그 곳에 가지 않을 수 있어, 하고 눈짓으로 말하는 배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부터 나는 누군가에게 ‘눈치 보지 마’라고 함부로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네가 하는 배려를 알고 있어.’ 라 말한다.


누군가에게 유해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 모습이 나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오늘도 모두 한 번쯤은 사랑스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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