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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Mar 06. 2024

고흥에 머물다-차박여행 시작하다

여보, 학교 안 가나?

퇴직 15일 차

개학 없는 방학을 맞은, 무거운 업무에서 벗어난 나는 홀가분합니다.

수업하기는 재미있었지만 생활지도가 어려웠던 나,

수석교사가 되어 여러 가지 수업방법을 익혔으나 담임이 아니라서 실제 적용해 보기가 힘들어 퇴직 전 마지막 5년은 담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교과서는 던져버리고 새로운 여러 수업기법을 적용했다. 선생님들은 모두 말꼬리 잘라먹는다던 우리 아들의 조언대로 하나하나 말을 들어주었고 자기의 생각은 표현을 해야 한다며 말하는 방식도 전면 환경물로 붙여 놓았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토론수업, 전원이 참여했던 수업을 꿈꾸던 나. 창의적 사고를 하는지라 잘 따라오는 아이들과 하브루타질문수업, 추체험 적용, 비주얼싱킹, 영상 만들기 등 수업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신이 났었다.

그러나 1-2개월이 지나자 이 수업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아니 통제가 부족했음이리라. 창의적인 것보다는 직접 가르쳐주고 답을 찾는 수업에 특화되어 있었던 아이들이다. 이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학원에도 다니는데 외우고 답 찾고 열심히 공부해 왔건만 학교에서 적용을 안 시켜주니 이들은 당황했을 것이고 성취동기를 잃었을 것이다. 나의 잘못이라 여겨 이들을 엄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애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었다. 내가 다른 팀을 도와줄 때 내 눈을 속여 한 친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일어난 일을 모르다니? 단 3명의 아이들이었는데 모두 장점도 지니고 있어 칭찬도 해보고 노력도 했다. 그래도 창의적으로 내 수업을 받아들이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아이보다 정이 더 갈 수는 없었다. 그 아이들을 보면 나는 신이 났고 더 진심을 담아 칭찬했을 것이다.

내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그 애들이 칭찬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나를 좋아하던 아이들은 칠판이나 포스트잇에 나를 사랑한다. 힘내라는 글을 적어 이벤트도 많이 해주었는데 그 애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한 아이를 괴롭히고 있었다. 계속 주의를 주면서 감정은 꼬여 나갔고 결국 나도 지쳐버렸다. 전원이 참여하는 수업, 쉬는 시간보다 재미있는 수업시간 이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런데 참담한 실패이다.

그러나 수업방식이 다른 무서운 선생님을 만나면 적응하겠지? 다른 선생님에게는  사랑을 받을지도 몰라. 모두가 다른 생각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이들에게는 맞지 않는 교사구나.

23명의 아이들보다 3명의 아이들이 나를 휘저어버렸다. 오은영박사의 방송도 감정코칭도 소인수에게나 할 수 있었다. 23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었고 그들에게서는 수업자체가 힐링이었으니 나는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해볼까? 수업표에 맞고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수업을 찾는데만 마음이 갔다.

그래서 그 아이 들을 오은영 박사처럼 대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한계였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는 권력이 있었던 세명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공동체를 이루었고 나의 목표에는 걸림돌이 되었다.

내가 세운 목표는 허상이었다. 쉬는 시간보다 재미있는 수업을 전원이 참여하게 하려 했다니.

그렇게 나는 명예퇴직을 결심했다.

그리고 인생 2막을 열었다. 이제 나의 목표는 부부만 행복한 세상 만들기다.


^광양, 청매화를 보러 갑시다.^
"그러지요, "


자작캠핑카에 기름 가득,
라면, 반찬으로 양파와 #단무지만

조건 없이 떠날 수 있는 자유인 우리 부부


고속도로를 달리다 시내로 들어가는 차선이

몹시 거북이걸음, 반사경으로 보니 뒤꽁무니의 빨간 브레이크등이 멈칫멈칫한다.

우리는 그냥 거침이 없는 텅 빈 도로, 그렇지만 우리 차는  늘 하는 데로 80km 정도로 달린. 다른 사람들이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일요일 오후에 우리는 여행을 시작한다.


이제 우리 부부는 일요일이라는 세월 감각이 없어지고 딱 하루, 연금 나오는 25일을 기다란 중(中) 늙은이다.

얼마 전까지 정체가 많이 되는 저쪽  차선은, 우리가 주말여행을 마치고 서둘러 돌아가던 길이었다. 


 반대방향으로 나가는 차선에 있어 좋지요?

당신도 한가해서 한층 표정에 여유가 있게 보이는구려 하며 위안을!


남편은 아니 진정으로 빨리 퇴직을 하고 더 많이 차박여행을 다닐 수 있어 기쁘다는 마음을 전해왔다.

혹시나 아주 조금이나마 오랫동안 다닌 직장에

#미련을 두고 왔을까 봐 걱정을 해준다.

이런 세상이 있다니 좀 더 빨리 퇴직할 걸

아무 스트레스가 없고 좋은 곳 남들이 안 가는  시간에 다니고

매달 꼬빡 꼬박 빠짐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매화마을 바로 밑 메인 주차장은 일요일 꽃을 만나고 이제 나가는 차들이 줄지어 있지만 그래로 북적이고 ~~~~

우린 매년 그렇듯이 1km 더 안쪽

#넖은소학정주차장으로 성큼성큼 

몇 대의 차박차들과 만나 같이 차박 해서 좋다. 인사도 하며 서로 늘 그렇듯이 호구조사를 하다 일찍 우린 잠자리로 다. 올해 처음 나간 차박지의 봄,


저녁이라 약간은 쌀쌀하지만 견딜만하지만  아직 새벽은 추워서  일찍 잠에서


출근하지 않는 월요일을 맞이하는 기쁨과 여유가 있어 그런지 늦게까지 보물 1호(ㅡ핸드폰ㅡ)를 이리보고 저리 굴리고 눌리고 하다 늦게 잠을 들어서 비몽사몽 속에 있을 때 남편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보 학교 안 가나? 늦었는데~~~~~~^

^#예 안 가요. 이제 山으로 출근할 겁니다~~~~^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간결한 목소리


"옛 출근하던 그때, 고생했던 그때는 이제는  

#아득히 먼 곳으로 흘러 보내시오."

남편의 격려의 소리  나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이다.

 늦게 일어났다. 7시가 넘었다. 그래도 세상은 여유롭다.


내가  일어날 때까지 숨죽여(???) 기다리다

눈을 뜬것을 보고 가스버너에 얼른 물을 끓여 미지근한 물로 만들어준다.

  "마시시오 뜨겁소,,,,"

 늘 그랬던 것처럼~~~~

집에서 하던 것처럼,,,,,,,


 다 마시는 것을 보곤 오늘은 또, 특별 서비스로 출출할까 봐 옥수수 수프도 노릇하게 조리하여 맛있게  같이 먹는다.


다시, 하루 1개씩 먹으면 의사도 필요 없다는 사과를 깎아서 한 조각 한 조각 챙겨 주었다. 오늘 사과는 늘 그렇듯이 달다,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불러요."

하며 아침이라 별 할 말이 없는 중년의 우리 부부가 말을 이어간

"그다음, 오늘은 내가 갈고 내리겠소."

하며 커피를 갈고 각각의 컵에 드립을 하여 마신다 고소하고 향긋한 내음이 마음깊이 스며들고 나는 큰 쉼을 들여 마시며 커피 향을 즐기면서 홀짝 때론 약을 먹듯이 후루룩하며 마신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아무 방해를  받지 않는 날이라선지 깊이가 있는 우리 차박 커피맛이다.


이런저런 얘기, 저쪽 강 쪽의 물이 예전보다 많이 흐르는 것 같다, 아직 매화의 만개는 오지 않았고, 오르는 앞산 비산에 오늘은 등산객이 있을까 하는 얘기등을 잠시 나누다 나는 이제 마지막으로

아침(?)을 준비한

올해 처음 차박이라 단단히 챙기지 못하여서 준비가 덜되어 있어서 라면을 먹는다. 오늘은 특별히 누룽지도 넣었

장장 2시간을 좁은 차 안이지만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면서 물을 끓이고 넣고 하면서 이야기가 있는 아침을 느긋이 먹었나 보다


양반 다리밖에 할 수 없는 좁은 공간이지만, 다리가 저리지만 챙겨 같이 먹은 아침은 참 맛있다,,,,,


라면이지만~~~~


우리는 등산배낭을 챙겨 소학정에서 쫓비산 정상을 거쳐 매화마을로 간다. 이곳 소학정의 매화는 봉오리가 벙그는 정도이지만  예쁘게도 피었다.

오랜 바람 인생 2막의 찬란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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