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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Aug 16. 2024

고흥에 머물다-배추흰나비

여러 마리의 흰나비가 나풀나풀 우리 텃밭 위를 나르고 있습니다. 설악초가 있고 고추, 가지꽃이 있고 새로 피어나는 로메인 상추꽃, 바질, 박하, 민트도 있기 때문이겠죠? 꿀을 먹으러 오는지 꽃 위에 앉았다 날았다 합니다. 예쁘고 평화운 모습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벌은 반기되 나비들을 반기지 않습니다.

원래에는 흰나비들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과학의 생명영역에서 강낭콩, 배추흰나비 키우기가 있습니다. 강낭콩은 학교에도 기르고 개인과제로 집에서도 기릅니다. 배추흰나비 관찰세트는 많이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교실에 두 개 정도 길렀습니다. 한 아이의 밥 속에 빨간 강낭콩이 들어간 사진이 올라오고 성취감이 소감문으로 올라왔을 때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 여러 명과 학교에서 기른 강낭콩도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또 하나의 과제 배추흰나비의 한살이 배주흰나비 관찰세트에서 양배추 뒤에 조그마한 노란 알이 붙어있는 것도 신기했고 그 알이 애벌레가 되고. 점점 몸집이 커가는 것, 초록배설물을 무지하게 남기고 양배추잎이 생선뼈처럼 되어가는 것, 번데기가 되는 것, 번데기에서 나비모양이 나타나는 것이 신기해 아이들은 하교에 오자마자 배추흰나비 관찰세트로 다가갔었지요.

 나는 항상 8시가 되기 전에  출근하여 커피 한잔을 즐기고 교실로 들어가는데 그날은 아이들이 우르르 밀려와서는 큰소리로 말했답니다.

"선생님 배추흰나비 번데기가 떨어요."

우화의 순간이었다. 번데기가 갈라지면서 천천히 머리 부분부터 나오기 시작해 마르지 않은 축축한 모습의 나비가 탄생했습니다. 생선뼈처럼 변한 양배추에 매달려 날개를 말리더니 서서히 예쁜 나비로 변했지요. 아이들과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명이 탄생하는 신비한 광경에 벅찬 감정을 느꼈어요.

딱 여기까지가 교육과정이었는데 아이들은 그 나비도 키우자 날려 보내주자 등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회의 끝에 날려 보내기로 했었지요.

이렇게  나도 배추흰나비를 사랑하게 되었지요.


촌 후  우리가 텃밭이 있는 집으로 이사할 즈음에  텅 빈 텃밭에 배추흰나비가 날아왔어요. 나풀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예뻤고 새들이 모이를 주워 먹는 모습도 예뻤고 생명력이 넘치는 텃밭을 바라보며 힐링을 했답니다.


어느 날, 잘 자라던  양배추 잎에  구멍이 숭숭  시작했어요. 그때 배추흰나비를 키울 때 먹이로 이용되었던 양배추처럼 되어갔어요. 원인은 두 가지였지요. 민달팽이와 배추흰나비 애벌레였어요. 민달팽이는 유인제를 써서 많이 퇴치했습니다.

양배추에는 우리가 억을 것은 없어지고 벌레들의 배설물로 가득 찼어요. 이제 주인공이 배추흰나비에서 양배추로 바뀌었으니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답니다. 양배추를 많이 먹는 우리 식구들이 먹으려고 애써 가꾸고 있는데 작은 벌레들이 그 많은 양배추 모두를 먹어  망치고 있었어요.

바깥 잎만 먹었더라면  그중 한두 포기만 먹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그냥 둘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은 온 잎들을 망쳤고 양배추의 모양은 형편이 없었고 그들의 배설물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요.

농약을 치지 않았기에 애벌레들을 잡기 위해 산 핀셋으로 한 마리 한 마리 잡아야만 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에 세 번을 살펴봐도  세 번 다 몇 마리씩 있었습니다. 애벌레는 녹색 배설물은 그들의 위치를 노출시켰자세히 살펴보면 유기농 양배추를 먹은 통통한 애벌레들이  보호색으로 위장한 채 어딘가는 붙어 있었습니다. 애벌레를 잡는 것도 끔찍했고 뒤처리를 하는 것도 끔찍했지만 양배추에 남아있는 배설물과  숭숭 뚫린 구멍을 보는 것은 더 끔찍했습니다. 잡고 또 잡았습니다. 반복하니  애벌레를 잡는 것이 덜 끔찍해졌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성장점이 남아 있으면 결구는 되었고 그 후에는 좀 수월했습니다. 작지만 보석 같은 양배추들을 수확할 수는 있었네요.


꿀을 먹을 배추흰나비를 봐도 예쁘지 않기 시작했어요. 양배추 어디엔가 알을 숨겨 놓았을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작년가을 아니 초겨울까지 그들은 살아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지겹습니다.  


지금 있는 양배추는 결구되지도 못하고 너덜너덜해진 것이 많습니다.  차박여행으로 3일 길게는 7일 집을 비운 결과이지요.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그사이 배불리 먹고 나비가 되어 떠난 것 같습니다.


양배추 밑동에 있는 싹으로 기르는 모종입니다. 생명럭이 강해 다 자라날 겁니다. 그러나 해충에게는 약합니다. 농약을 치지 않고 배추흰나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고고 있습니다.

가을양배추를 재배할 때는 한랭사라는 방충망을 씌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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