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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Aug 18. 2024

고흥에 머물다- 상추 궁채의 맛

이걸 왜 몰랐지?

차박여행을 떠났다 10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맨 먼저 텃밭은 살핀다. 


숲이 된 들깨는 부드러운 잎들은 모조리 착즙을 당한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속상하다. 로메인 상추는 줄기가 자라서 나무가 되어간다. 성장이 빨랐던 여러 그루에서 노란 꽃이 피고 있다. 꽃이 예쁘기는한데 로 심은 상추는 싹도 트지 않았는데 이제는 상추 먹기가 힘들어지겠구나!


 상추는 잘 자라서 꽃을 피우고 있는데  종자를 남기려고  숭고한 일을 하는데 나는 상추쌈을 못 먹을까 봐 속이 상한다.





로메인 상추는 5월 31일 파종을 했다. 싹이 나고 먹을 수 있도록 성장하는 시간은 길었다. 한 달 이상의 기다림 끝에 아삭아삭한 상추를 먹었다.


여행을  다녀오는 10일 동안 상추대가 쑥 올라오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잎이 단단해지고 쓴 맛이 돈다. 맨 아래쪽부터 잎을 따 수확 방식을 바꾸었다. 가운데  잘라 부드러운 위쪽 부분만 먹었다.


가운데 부분이 잘린 상추대에서 새 잎이 올라오고 있다. 그래 그거다. 씨가 발아되는 것보다 훨씬 빠르구나. 이 싹이 라면 먹어야겠구나!



  차박여행을 떠나던 날 친구모임을 했다.  하동 술상리 전어 축제장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을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다.

  이곳에서는 회만 팔기 문에 모든 부재료는 따로 준비해야 한다.  친구는  집에서 많은 것을  준비해 왔다. 밥도 있었고 마늘과 고추 쌈무, 묵은  김치쌈도 있었다. 귀촌한  나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주려고 텃밭에서 이것저것 따서 싣고 왔는데 그중에 상추와 풋고추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씻어 한상 가득 차렸다. 즉석에서 썰어 준 회, 아침에 따온 채소들, 싱싱한 것들이 입속으로 들어왔다. 상추는 줄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때였고 부드러웠다. 여러 줄기 중 하나를 먹었다. 나는 상추  잎만 먹고 줄기는 버리려 했다  


"그 거 버리지 마, 맛있는 부분이라 내가 너에게 먹어보라고 남겨 둔 거야. "


평생 처음으로 상추줄기를 먹어 보았는데 상큼하니 맛이 있었다. 상추 잎보다 더 사각 거렸다.



 오늘 아침도 텃밭에서 상추를 따왔다. 통통한 상추대도 함께 따왔다. 상추 잎을 따서 씻다가 친구의 말이 생각이 났다. 양념된장에 찍어  입 먹었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아삭거린다. 어떤 샐러드보다 식감이 좋다. 한 번도 안 먹었으면 몰라도 이제는 그 맛을 놓칠 수가 없다. 상추의 부드러운 줄기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우리 식탁에 오를 것이다.




몇 년 전인가 전라도 담양의 한정식 집에서 너무 맛있는 채소 무침을 먹었다. 새로운 채소인가 싶어


 "이것은 무슨 채소로 만들었습니까?"


 하고 물으니 상추라 했다. 그때까지 상추는 쌈이나 조리개로 만들어 먹었으니 맛있는 채소 볶음이 상추로 만들었으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집에 와서 식당에서 가르쳐준 대로 데쳐서 들기름 넣고 마늘 넣고 볶았더니 비슷한 맛이 났다.

데쳐놓은 상추로 나물을 무쳐도 맛있었다. 상추전도 부쳐 먹는다 하여 해 보았는데 먹을만했다. 상추로도 할 수 있는 요리가 꽤 된다.

 상추는 만능 채소다. 




상추잎뿐만 아니다. 이제  상추 줄기다.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상추줄기요리를 찾아보았다. 이건 내가 새로 안 것이 아니었다. 상추줄기를 상추궁채라 하며 이미 여러 요리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아삭한 식감을 내는  장아찌도 담고 볶음요리도 하고 건나물로도 사용한다. 염장식품을 싫어해서 김치조차 먹지 않는 남편이니 궁채요리는 불가할 듯하다. 나물이나 볶음은 가능하려나?

궁채는 아들의 젊은 입맛도 매료시켰다.


퇴직을 한 나이 아직도 부엌에서는 마늘이나 까는 주방 보조 역할을 하는 나는 남편이 운동 갔다 오는 틈을 타서  새 요리를 만들어 볼까 한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도전해 볼 것이다. 같이 있으면 요리할 기회가 없으니 돌아오기 전에 요리를 끝내야 한다.


"여보, 운동 열심히 하세요.

'오늘은 편안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게 채소요리 한 상 차려드릴게요. 요리가 끝날 때쯤 천천히 오세요. 이제까지 살림 살았는데 한 끼쯤은 아내가 만들어 주는  밥 편안하게 먹어요. 풀떼기 밥상  채식이지만 맛있게 식사하세요.'"


텃밭에서는 채소를 기르는 기쁨도 주고 새로운 상식도 늘려준다. 새로운 맛도 알게 해 준다.

텃밭은 나의 힐링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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