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을 찾다.
봄빛 완연한 대덕산과 검룡소에서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남편이 박완서 작가의 ‘일상의 기적’이라는 수필을 읽고 이야기했다. 치매를 걱정하는 나이에 수치를 구체적으로 외우는 것도 신기하다. 우리의 몸은 51억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숨을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880만 원을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이 어지간히 맘에 드는 모양이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서 나도 차박지 검룡소에서 유튜브로 접속하여 오디오북에서 들어 보았다.
작가가 말년의 어느 날, 허리를 삐끗해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든, 몸이 스스로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 그때의 느낌을 쓴 글이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라는 중국 속담을 평상시는 싱거운 말로 넘겼는데 아프고 나니 실감이 났다고 한다. 언제까지 내 뜻대로 움직일 것 같은 몸이 그렇지 못하니 평소 뜻을 따라 잘 움직여 주었던 몸에 대한 감사를 이제야 느낀다고 했다.
‘안구 하나 구입하려면 1억이고 두 개를 갈아 끼우려면 2억 원, 심장을 바꾸는데 5억 원, 신장을 바꾸는데 3천만원, 간이식하는 데는 7천만 원, 팔다리가 없어 의수와 의족을 바꾸는 데는 더 많은 돈이 든다. 두눈을 뜨고 두 다리로 건강하게 걸어 다니는 사람은 내 몸 하나로 51억의 재산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은 더 많이 나갈 것이다. 산소호흡기를 사용하고 신장 투석을 하는 등의 비용을 합하면 우리 몸은 하루 860만 원을 공짜로 받는 것과 같다고 한다. 스스로 호흡하며 값비싼 두 발자전거를 장착한 우리는 도로 위에 있는 어느 비싼 차를 타는 사람보다도 부자이며 이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튼튼한 다리 건강한 마음을 장착한 우리는 51억보다 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렇다. 우리 부부는 비싼 몸으로 외제차도 감히 오르지 못하는 산 정상을 향하여 오를 것이다.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기적을 행하며 걸어갈 것이다.
검룡소 주자창에서의 차박
우리는 100대 명산을 오르면서 차박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어느 날은 5시 30분에 일어나 걷기도 하였고 어느 날은 1일 2산을 하기도 하였다. 산 가까이서 자고 더 긴 코스를 걷는 것이 차박의 목표였다. 그렇게 100대 명산과 영남알프스 완등을 했다. 그 후 백두대간과 섬 앤 산, 코리아둘레길 완주도 해보려 목표로 세워 보았지만 욕심을 버렸다. 치열하게 다녔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이제 얼마나 더 산에 오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51억 원의 몸으로 땅에서 걷는 것만도 기적인데 아름다운 산을 오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느낀다.
요즘은 차박을 하면서 산에 일찍 오르는 것은 아니다. 아침 시간을 편안하고 여유 있게 보낸다. 날씨가 쌀쌀하다. 침낭 속 온도가 적당하고 팔을 밖으로 내면 찬 기운이 스친다. 일찍 눈을 떴지만 이럴 때는 이불속에서 개긴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 일어났다. 밖에 나와보니 날씨가 좋다. 어제는 검룡소에서 차박을 했다. 화기를 써서 식사 준비를 하지 않고 단순히 잠만 자니 차숙을 한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식빵 두 조각을 굽고 집에서 삶아온 계란, 그리고 채소를 얹어 샌드위치를 만든다.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려 아침 식사는 간편식으로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때까지는 검룡소는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불편했는데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로 변해 있었다.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이 좋아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았는데 금상첨화다. 화장실에서 한 팀을 만났다. 어제저녁 들어오셨다고 한다. 혼자 차박을 해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우리가 있어 안심을 하고 잤다고 한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 힘찬 물소리에서 새로운 희망을!
평일이라 등산객은 없었다. 국립공원관리소 직원들과 산촌문화체 함원을 하는 분들만 모습을 보인다. 태백산국립공원 검룡분소도 새 단장을 하고 탐방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검룡소로 가는 오솔길은 호젓하다. 5월 초순인데 태백시에는 아직 벚꽃이 피어 있고 산속의 나뭇잎들도 이제야 어린잎이 나기 시작한다. 평소에 이 길을 걸어가면 잎이 너무 무성해 혼자 걸으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는데 오늘은 잎이 다 자라지 않은 덕분에 빛이 들어와 적당한 푸르름을 유지해 준다. 주차장에서 900m를 걸어가면 검룡소 갈림길이 나타난다. 왼쪽 길을 걸어 600m를 더 걸어가면 검룡소가 나타난다. 대덕산으로 가려면 검룡소를 갔다가 삼거리로 다시 돌아 나와야 하기에 힘이 있는 아침에 가면 들리고 내려오다가 가야지 하고 생각하면 귀찮아 안 들리는 곳이다. 세찬 물소리와 바람 소리를 새소리 들으며 호젓하고 길을 기분 좋게 걸으니 곧 검룡소다. 다른 해와 비교하면 물이 많다. 물소리가 설렘과 희망을 갖게 한다.
태백산의 광명정기 치솟아 민족의 젖줄, 한강을 발원하다.라고 쓰인 돌을 보면서 데크로 둘러싸여 눈으로만 볼 수 있는 검룡소에 올랐다. 크지는 않지만 고요한 웅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금대봉에서 암반으로 숨었다가 이곳에서 용출되어 끊임없이 솟아난다는 작은 웅덩이 한강의 발원지에 가득 고인 물, 티 없이 푸른 신록에서 오는 맑음과 새파란 하늘, 그리고 맑은 물은 희망을 샘솟게 한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오른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았다. 한강의 발원지인 이곳에서 이 맑고 힘찬 물줄기가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 희망과 번영을 이루게 해 주소서.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위태로울 것 같은 우리나라에 이 생명의 젖줄이 흘러 또 한 번의 한강에서 기적을 이루기를!
산을 오르면서 많은 고민은 잊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가슴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이때만은 나보다 가족보다 먼저 나라의 안정을 기원했다. 나의 소원을 들어줄 것 같은 분위기이다.
아래에로 가보니 계단식으로 된 작은 이끼 폭포가 있다. 폭포를 따라 흘러내리는 물에 새로운 희망도 흘러내리는 것 같다. 검룡소 근처는 영상 9도의 수온을 유지하기에 폭포 근체에는 푸른 이끼들이 자란다고 한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수량으로 흐른다. 새 한 마리가 이끼를 뜯다가 날다가 멱을 감는 모습이 재미있다. 평화롭다. 더더욱 희망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