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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Aug 31. 2023

가장 멋진 노후준비

지키고자 했던 두 마음

길 건너가 소란스럽다.

고개 돌려 무슨 일인가 보았더니

땅에 거의 몸을 숙인 두 노인이

소리를 지르며  신호등 없는 도로를 횡단하신다.

것도 두 손을 꼭 잡고서 말이다.

두 분 다 90은 족히 넘으실 듯해 보인다.

가만히 들어보니 서로 차가 오기 전

얼른 도로를 건너자는  대화 내용인데

서로 귀가 들리지 않으니 그 소리가

남의 귀에는 요란한 싸움 소리가 되어

들려온다.

멀리 서는 손을 잡은 듯 보였으나

가까이 다가올 때는

허리 꼬부라진 할아버지의 허리춤을

붙들고 계셨다.

도로를 건넌 후에도

그들의 대화는 고함에 가까웠다.

가끔 자식들과도 함께 하시는 모습이 보였는데

자식들과는 특별한 대화는 없으시고

카드를  턱 하니  내게 건네며

밥값만은 꼭 본인이 계산하셨다.

계단 하나인 현관을 오를 힘이 부쳐

가끔 나는 그분의 손을 잡아 부축해 드리고

앞에 놓인 음식도 본인 입으로 전하기가

힘들어 반은 바닥에 흘리신다.

그럴 때마다 살짝살짝 도와드리면

"사장 고마워 "하며

 젠틀한 인사를 하시던 분이셨다.

그런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으신다.

할머니와 자식들만  가끔 오 실뿐.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

묻기도 조심스러웠지만

그중 따님쯤 되어 보이시는 얼굴은

다른 자식들에 비해 인상이 좀

부드러워 보여

어찌 할아버지는...

하고 물으니

7월 초에 돌아가셨다 한다.

그에 비해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 편안해 보이셔서

할머니가 충격을 너무 많이 받으셨을 거라며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어본다.

그런데

할머니가 치매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모르신다고 하셨다.

오래전부터 할머니가 치매를 앓으셨고

할아버지는 100세가 다 되도록 허리만

굽으시고 거동만 불편하셨지

허리춤에 치매 환자인 부인을

달고 돌아다니신 거라며

말해주었다.

아~

그랬었군요~

순간 산다는 건  뭘까?

100세가 다 되도록 치매 걸린 부인은

허리춤에 묶어 달고 다니더라도

자식의 손을 빌리지 않으려는 노력

밥 한 끼도 본인의 돈으로 해결하던  최소한의

능력

두마음가짐을 지켜내려 하신 것만으로도

할아버지의   은  가장 멋진  

노후 준비가 아니었을까?

인생길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평생을 같이한 부인 하나 만은

목숨이 살아있는 동안은 지켜내고 가셨다.

살아내 온 본인의 고집과 습관처럼

끝까지 자식들 손 빌리지 않으시려

얼마나 굳어가는 몸이 애쓰셨을까?

산다는 게

사는 게

살아낸다는 게

내가 책임지고

내 밥값은 반드시 내가 해결하겠노라는

그 마음하나가

할아버지의 따뜻하고도  가장 멋진 노후를

보내고 가신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 하나면 되었지

무엇이 더 중할까?

살아 있는 동안

사는 내내

살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뭘까?

돈?

권력?

모두가  한때인 것을...

뜨겁던 사랑도

잠시의 행복도

그 또한 흘러가는 것이지만

지키려는 마음 하나만은

두고 떠난 자리에도

기억 없는 부인의 가슴에도

먹먹하게 오래오래 기억되어

남은 삶이

왜인지는  모를 할머니 가슴을 채우다 떠나실 게다.

그 마음을

나는 오늘  내

  생각하고  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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