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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Sep 01. 2023

나 자신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 걸까?

점심을 먹으려 내려가는 길이었다.

담벼락 끝자락  비 좁은  땅 위에

소담히 국화 몇 그루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보고 발길이 멈췄다.

아~

가을이었지~

며칠 동안 내린 비 덕분에

여름의 온기도 한층 내려앉았고

비좁고 온기 없는  좁은 땅 위에

내려앉은 어느 이의 마음의 가을이

그리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오며 가며

저 소담한 녀석이 잎을 맺고

꽃을 피워가는 걸  볼 때마다

그 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겠지?

지나가는 사람들도

잊고 걷는 그 담밑에서

가을을 맞이하겠지?

꽃을 심는 기쁨과

꽃을 보아주는 고마움으로

채워질 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삶의 힘을 내고  향기를 낸다.

오늘 나만의 꽃이 아니길

간절함으로 심은 어떤 이의

마음의 꽃을 보았다.

나 자신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을까,

하며

이쁜 국화 한 송이를 품고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소담스럽고 나지막한  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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