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이다.

by 진솔

~하는 사이 일 수록 이 맛이다.

마주 만 보았는데 킥킥 데는 맛,

남들은 못 알아듣고 지네끼리만 알아듣는 맛,

앞서서 걸어도 심통 나고 뒤에서 따라와도 짜증 나니

똑같이 나란히 걷는 맛,

항상 다른 메뉴를 시켜서 음식점 아주머니의 눈치를 씹어 먹는 맛,

잠시 떨어져 있을 때면 모해? 하고 뻔한 걸 물어봐 주는 맛.

산책길에서 아아 하나에 빨대 두 개 꼽고 걷는 맛.

내 마음을 몰라주던 그날에도 입은 투덜거리는 데 손은 팔짱을

끼고 있는 맛.

음악이 흐르는 곳에 자연스레 흘러 들어가는 그 맛.

맞는 게 하나도 없는데 내 성질 하나만큼은 받아 내주는 그 맛.

멋지지 않은 데 멋을 내려고 노력하는 그 맛.

일요일 아침 내게 라떼를 사다 주는 그 맛.

지친 노동에 다리를 올리라며 지 다리를 내어주는 맛.

내가 미쳐 팔짝팔짝 날뛸 때면 미안하다며 기 빨려 주는 그 맛.

매번 퇴근길에 내 가방을 들어주는 맛.

이쯤 되면 바닷가 생각날 때다 하며 회 한 접시 시켜 주는 그 맛.

자기 취양 아닌 옷도 조용히 입어주는 그 맛.

나이 먹을수록 성질이 죽어가는 그 맛.

벚꽃이 필 때부터 질 때까지 같이 산책했던 그 맛.

keyword
이전 09화가난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