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은 망자를 두려워하지는 않은가 보다.
살아생전 선인으로 남겨진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난 매일 낮밤 돌아가신 법정스님을 소환해 내 앞에
불러 앉히는 만행을 일삼았다.
그때마다 소리 없이 앉아 국화차 한 잔에 물을 부어주시며
꽃 한 송이 피워 내어 주시는 일만 거듭하실 뿐 아무 말씀은 없으셨다.
국화가 졌다 폈다 하는 내 마음은 고요해졌다.
만개 한 꽃송이를 넋없이 바라보고 있다 보면
말 많던 내 허망이 무색해짐을 알 것도 같았다.
마음 아픈 이들에게 배려는 그런 것이었다.
그냥 잠시 옆에 있어주는 일.
죽자 한 이 옆에도 살고자 하는 이의 옆에도.
법정 스님은 미소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셨다.
아마 다른 곳에서도 나처럼 스님을 소환하는 무례한 들이 넘쳐 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인간 극장에서 한번 뵙고 책에서 한번 뵌 인연.
그 먼지 같은 인연에도 내게 붙잡혀 주시는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