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자(自)', 중할 '존(尊)', 스스로를 중하게 여기는 것. 나 자신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 그게 자존(自尊)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곤 이렇게 덧붙인다. 나 자신이 중요하니 가치를 외부에 두지 말고 나 안에 두는 거라고. 내 마음속의 (잘하는) 점들을 찾아 '나만의 별'을 만드는 거라고. 그런데 작가가 말한 것처럼 난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자존감은 바닥일까?
최근 실패를 통해 숨겨진 진짜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이은 원고 실패에 결국은 나도 어쩔 수 없이 초라해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겉으론 당당했지만 속으론 힘이 상당히 들었던 거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이 자존 편이 더 크게 와닿았던 건지 모른다.
'난 안 되는구나! 이제 고마 포기하자!' 단점이 나를 한없이 지배했던 요즘이다. 내 인생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가 이렇게 많기는 거의 처음이다. 중등 임용 고시를 3번이나 내리 낙방할 때의 바로 그 패배감이 떠오른다. '또래 친구들은 직장에서 일하고 돈 벌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잘 사는데.... 나만...' 그때의 초라한 자존감이 떠오른다. 투고한 100개 원고가 모두 방향이 맞지 않단다. 100번 낙방으로 패배의 쓴맛을 본다. '블로그 님들 열심히 글 적고 책도 만드시고 하는데... 나만...' 바로바로 지금의 나약한 자존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먼저 나를 위로한다. "모든 인간은 다 못났고 완벽하게 불완전하니까.... 단점을 인정하되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해야 한다."라고. 한 번도 생각안 해 본 건지 아니 못해 본 건지 몰라도 모든 인간이 다 못났다니 못난 나가 상당히 위로가 되었다. 게다가 나의 고민을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우리 아내 한 방에 해결해준다.
결국은... 쓰다 보면 연락이 자연스럽게 온다고
그러니 너무 투고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쓰라고 한다.
맞다. 맞아. 아내 말이 결국 맞다. 최고의 제갈량을 뒀는데 등잔 밑이 한참 어두웠다. 더 읽고 쓰고 배우고 감동하고 바라보고 느껴야 할 게 천지인데 '결과물'에만 너무 연연했던 나였다. 작가처럼 남들한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다. 책이 짜잔 하고 얼른 나와서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거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기록을 남기면 되는 것인데 남들이 얼른 알아줬으면 하는 그 마음에 가려 나를 보지 못했던 거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떨어진 이유들이 하나씩 보인다.
첫째, 비유, 아이디어, 생각의 디자인, 광대한 독서량. 내 글에는 없는 것들이 보인다. 단점을 인정하라고 하는데 바로 백기를 든다. 큰 깨달음이다. 둘째, 이 글은 정말 편하다. 작가가 친구한테 이야기하듯 자연스럽다. 거부감이 하나도 없고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셋째, 이야기 속에 깨우침이 있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아하'하고 배우게 된다. 이야기와 책 속의 '책'과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내 삶에 적용시켜야 할 것들로 넘치고 넘친다. '이런 글을 써야 한다.'라고 나의 단점과 부족함을 한없이 일깨워준다.
아침 산책길, 한라산이 우뚝 저기에 서 있다. 나도 저렇게 우뚝 서서 세찬 눈보라를 맞고도 당당하게 서 있고 싶다. 누구나 완벽하게 불완전하니 스스로 깨닫고 수행하고 바르게 해 나가는 '돈오점수'의 삶을 살라는 의미인 것처럼 다가온다.부족한 걸 알았으니 앞으로 천천히 메꾸면 되는 것이다.
다 적고 나니 자존(自尊)이 왜 첫 목차에 있는지 알겠다.나라는 존재의 첫 단추이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중히 여기자. 행복은 내 안에 이미 있다. 작가님, 아내님 감사합니다. 마음을 다시 잡게 해 주셔서. '나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소리 내어 본다. 저 한라산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