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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쌤 Apr 15. 2022

"박 00 아빠 대머리예요."

아빠 육아일기

6살 아들내미 부쩍 많이 컸다.

키가 큰 만큼 생각도 많아지고 장난도 많이 늘었다.

아빠 얼굴 만지는 게 재미있는지 코도 만지고 귀도 만지고 입도 벌려서 혀까지 만져본다.


"아야!"

"재미있어서요. 다음부턴 안 할게요."

웃으며 사과를 한다.


그러더니 다시 와서는 두 손으로 내 머리를 확 까 뒤집어 올린다.

"아빠 머리 자꾸 뒤로 재끼면 대머리 된다."라고 하니

"아빠, 잠시만요."하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가까이 가 보니 귓속말로 뭐라고 하는데 잘 안 들린다.

"아들,  안 들리는데." 하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런다.


박 00 아빠 대머리예요.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


아들이랑 둘이서 번갈아 가며 한참을 웃었다. 유치원 친구 중에 아빠가 대머린걸 보고 기억한 모양이다.


아들내미 머리가 없는 사람들 앞에서 "대머리 아저씨다."라고 하도 자주 하길래 그러면 듣는 사람 기분이 안 좋으니 그건 마음속으로 하세요,라고 말했더니 이젠 귓속말로 한다. 다른 사람 생각할 줄도 아는 6살이 되었다.


"왜 웃어? 왜 웃어?"라고 아내가 계속 묻는다.

"이건 비밀이야 맞지? 아들?" 하니, 아들도

"음. 이건 아빠랑 비밀이야." 그런다.


아빠가 대머리 되면 어때라고 물어봤더니 한참이나 울먹이는 아들내미, 대머리 안 되기 위해서 염색도 안 하고 약도 먹고 흰머리로 지내는 아빠 마음을 아들은 알까? 한해 한해 나이가 드니 머리가 빠져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박 00 아빠 대머리예요."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이 마냥 신기하기만 아들,

대머리 걱정이 전혀 없는 아들,

그런 아들 말이 생각나 혼자 킥킥킥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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